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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R&D 전담기구, 하루속히 마련해야”

“R&D 전담기구, 하루속히 마련해야”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적인 소식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3년간 이어졌던 코로나19의 팬데믹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올 것으로 알았는데 여러 가지 경기지표는 올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폭등, 고(高)금리, 러-우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불안 등 경기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농기계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미래 불확실성은 더욱 난망하기만 합니다. 2000년 이후 정체된 농기계 내수시장의 규모는 2조3000억원대에 머물러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융자지원 농기계판매실적은 8425억9677만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큰 걱정은 세계 각국이 디지털농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우리 농기계산업은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세계농기계 시장규모는 2018년 1025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1352억달러로 연평균 4.04%의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세계 농업로봇의 시장규모는 2020년 46억달러에서 2025년 203억달러로 연평균 34.5%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자율주행트랙터의 시장규모는 2027년에는 240억달러로 대폭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농기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미국 John Deere社의 R&D투자만 해도 한 해 18억달러(약 2조2500억원)가 넘는데 우리 종합형업체의 R&D 비용은 다 합쳐도 400억원에 불과한 형편입니다. 우리 정부의 올해 농림식품분야 전체 R&D 투자예산은 1조1476억원에 달하지만 첨단농기계 연구개발 비중은 2%도 되지 않습니다. 디지털기술은 기술종속이 강하기 때문에 한 번 기술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이미 선진 각국과 글로벌기업들은 기술표준, 인증제도 등의 진입장벽을 만들어 후발주자의 수출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입니다.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성 R&D투자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친환경 수소트랙터 개발에 5년간 400억원, 새만금 지능형농기계 실증단지에 5년간 1200억원, 첨단무인자동화 생산단지조성에 4년간 400억원, 스마트팜 다부처패키지 혁신기술개발사업에 7년간 3876억원 등 제법 큰 규모의 R&D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반기술이나 요소기술로 체계적인 기술축적이 이뤄지기보다는 대부분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기관별 업무범위나 지자체 이해관계에 얽매여 제한적인 연구에 그치거나 중복투자로 재원을 낭비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또한 민간기업의 핵심기술로 지원되는 경우에는 기술공개나 자료공유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 같은 폐단을 막고 체계적인 R&D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농기계 R&D 전담기구를 만들자는 논의가 있어왔지만 번번이 관련법 미비와 부처간의 이해충돌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2019년에는 농촌진흥청 산하기관으로 농기계개발을 전담할 수 있는 독립기관으로 ‘(가칭)국립디지털농업연구원’ 설립추진도 행정안전부 최종심의단계에서 보류되기도 했습니다. 
유럽과 미국은 디지털농업에 필수인 트랙터와 작업기의 터미널간 데이터 교환을 위한 통신 프로토콜인 ISOBUS 기술표준을 채택해 이미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그들이 정한 ISOBUS 기술표준에 따르는 AEF인증을 받은 농기계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가할 예정으로 있어서 수출시장을 개척해야만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수출길이 막히기 전에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본기와 작업기의 데이터 통신은 디지털농업의 기초적 기반입니다. 하지만 기술표준을 위한 구심점이 없는 국내 상황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개별 기업별로 접근하고 있어서 제조사별 트랙터와 작업기의 통신체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데이터 호환은 물론이고 데이터 공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턱대고 R&D 예산만 늘릴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국가 기술표준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전담기구부터 설치해야만 합니다.

정상진  sds3766@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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