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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밭농업기계의 R&D,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하유신 경북대 교수(밭농업기계개발연구센터장)

“밭농업기계 생태계활성화 R&D 플랫폼 마련해야”

단기-표준화·고효율화, 장기-데이터기반 디지털화 R&D 추진
밭농업기계 디지털화를 위한 전문 인력양성 시스템 구축필요
 

◇ 밭농업기계화를 가로막는 저해요인

2021년 기준으로 논농업 기계화율은 98.6%인데 반해 밭농업의 경우 61.9%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경운, 정지 및 방제작업의 기계화율은 90% 이상이지만 파종, 정식, 수확 작업은 10% 내외로 매우 저조하다. 이는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도마에 올랐듯이 밭농업 기계화율이 정체를 보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어 그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밭농업 생산기반이 열악하고 재배양식이 다양하다. 밭 경영규모별 0.5 ha 이하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비율이 2010년 68%에서 2021년 70% 이상으로 소규모이고, 경사지가 많아 기계화에 불리한 조건이다. 또한, 밭작물은 품목이 많고, 재배규모가 작으며 수익성에 따른 재배작물 변경이 잦기 때문에 기계의 수요가 적고, 기계 사용일수가 짧아 현장 활용도가 낮은 문제점이 있다.

둘째, 사용자인 농업인과 생산업체의 영세성이다. 밭농업기계는 작물의 종류나 재배방식, 지역적 특성에 따른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이기 때문에 농업기계가격집에 등록된 밭농업기계 모델이 4000여 종이나 된다. 그렇지만 등록된 모델 중 정부의 융자지원을 받아서 판매된 기계는 연간 3100여대에 불과할 만큼 농가는 규모가 영세해 농기계를 구입할 여력이 없고, 더구나 생산업체들의 규모도 대부분 영세하기에 제품의 개발이나 보급에 있어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이나 지원에 의존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셋째, 농작업 기술이 복잡하고 고정밀도를 요한다. 정식과 수확작업은 종자와 모의 형상, 수확물의 종류가 다양하고, 인력 수준의 섬세한 고정밀과 고난도 기술, 낮은 손상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다년간에 걸쳐 설계, 제작, 농가테스트를 통해 제품개선과 성능을 높여야 하는데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업체들은 제품개발을 위해 설계, 제작, 해석, 시험 등 핵심기술 노하우의 부족을 애로사항으로 말하고 있다.

 

◇ 밭농업기계화 R&D 추진 현황

밭농업 기계화율의 정체는 구조적, 기술적으로 극과 극이 공존하기 때문에 그 간격을 R&D를 통해 어떻게 조화롭게 메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10년간 정부 R&D를 통해 밭농업기계 관련 연구에 약 1110억원 규모가 투자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식품부 384억원, 농진청 185억원, 산업부 350억원, 중기부 169억원, 과기정통부 21억원 등 범부처 차원의 연구에 총 647과제가 지원됐다. 부처별로 농식품부는 국산화와 산업화를 위한 농기계 연구중심으로 추진했고, 농진청은 작목 재배단계 맞춤형, 농기계 성능시험 연구 등을 추진했다. 산업부는 센서기반의 대형 자율주행 트랙터 및 드론 연구, 중기부는 엔진, 진동저감 등 장치 요소기술 개발 및 단일기능 농기계 개발, 과기정통부는 지능화, 에너지 효율화 및 제어 알고리즘 연구 등을 추진했다.

그 간 밭농업기계 R&D는 국산화·산업화, 작목·재배단계 맞춤형 등으로 추진됐다. 현재 R&D를 통해 개발되는 제품을 살펴보면 신규개발 제품도 있지만 기존제품의 개선개발이 많았다. 그 이유는 기존 연구가 되었지만 기계의 성능과 효율이 낮아서 산업화가 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농식품부 R&D 사업은 밭농업기계화촉진기술개발에 약 50억 원이 배정되었고, 중점적으로 성능 고도화와 기계화 표준모델에 지원될 예정이다. 기존에 개발된 밭농업기계의 현장 수용성을 제고하고, 재배양식, 경지정비, 낮은 기계화율 등 현장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 밭농업기계화를 위한 단계별 R&D 전략

그러면 밭농업기계화의 최종 정책목표인 노지분야 스마트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가교 역할로 향후 밭농업기계의 R&D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하는 숙제가 남는다. 크게 핵심기술이나 요소기술에 대한 밭농업기계 혁신형 R&D와 연구센터와 같은 인력양성이나 기반지원기술에 대한 밭농업기계 생태계 활성화 R&D를 단기적, 중장기적으로 연계성을 가지고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핵심기술이나 요소기술에 대한 밭농업기계 혁신형 R&D는 단기적으로는 기계화 미흡 단위기계 및 기종별 주산단지 현장실증을 통해 지속가능한 표준화·고효율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파종 결주율 향상기술, 파종컵 흙제거기술, 모의 취출율, 손상율, 결주율 향상기술, 굴취·수확·이송·수집 시 손상율 향상기술, 이물질 선별기술, 수확량 감응형 작업제어기술, 수입산 대체작물 통합형 정식기술, 경사지 슬립 및 이동이 용이한 소형자주형 수확기술 등을 들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스마트기술을 융합한 고정밀·고난도 농작업기술, 안전한 자율 농작업을 통한 휴먼에러 최소화기술, 전동화 농작업 모빌리티 구현을 통한 탄소중립 친화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경작지와 농작물에 필요한 비료, 농약, 물 등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는 변량제어 기술, 초음파 또는 LiDAR 등을 이용해 작물의 높이와 지형에 따라 자동으로 작업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 센서를 이용한 종자나 묘를 인식해 결주율을 줄이는 기술, 카메라를 기반으로 잡초를 인식해 잡초를 제거하는 기술, 농경지 내 미작업 구획과 중복작업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 일정하게 심어진 농작물은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해 수확 시 손실률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저진동, 저소음, 무탄소, 정밀제어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전동화 무인 농작업 기술, 농작업 로봇 모빌리티 기술 등을 들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기반의 밭농업기계 디지털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초기단계는 단순한 제어요소, 센서를 통한 데이터 수집, 제품의 편리성과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점차적으로 무인화와 자율 농작업을 연동할 수 있는 기술 확대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작업시간, 작업량, 속도, 연료소모량, 부하, 견인력 등의 농기계 상태 디지털화 수집·관리기술, 경운상태, 제초유무, 방제량, 파종유무, 파종량, 결주율, 수확율 등 농작업기 성능상태 모니터링 기술, 작물인식 정확도, 작물손상 최소화 등 농작업 품질진단을 통한 농작업 기계 및 시스템 성능향상기술, 농작업기계, 시스템, 부품, 센서 등 진단예측 농가 서비스기술, 센서, 데이터 수집, 전송 및 저장을 위한 계측용 농작업기 플랫폼 기술, 농작업기계 및 시스템의 빅데이터 기반 농작업기 설계 최적화기술, 수집한 빅데이터의 AI 판별을 통한 자율 농작업 기반기술 등을 들 수 있다.

 

◇ 밭농업기계 생태계 활성화 R&D 플랫폼 필요

그러나, 밭농업기계의 R&D의 방향이 핵심기술이나 요소기술을 통해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기술이 산업화가 되어 시장에서 판매되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양성이나 기반지원기술에 대한 밭농업기계 생태계 활성화 R&D 플랫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실제 농작업 부하, 농기계 상태 및 성능, 농작업 환경 데이터 등을 이용해 국내외 농작업 필드구현을 위한 가상물리환경과 가상과 실제를 연결하는 커넥티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면 각 기업들은 이 가상환경에 접속해서 제품 양산화를 위한 농기계 설계, 구조, 농작업, 조작편의성 검증, 주행 테스트 등을 지원 받을 수 있고, 세계각지에서도 가상환경에 접속해 원격 자율주행, 정비, 교육, 전시, 바이어 상담 등 수출지원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농작업기의 품질과 성능, 기술 데이터를 축적하고, 수출을 위한 국가별 상호인정협정 시험평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해외 현지환경을 가상에서 구현이 가능하므로 해외 현지시험 인증을 국내에서 대신함으로써 관련 법규 및 규제대응 인증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대학, 연구소, 산업체, 교관, 농업인 등 통합적으로 밭농업기계 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 산업체는 디지털화된 다양한 기종의 검증 안정성확보, 서비스 관리가 필요하고, 농업인은 신제품이나 디지털화된 장비적응이 필요하고, 농기계임대사업소의 경우 디지털화된 밭농업기계의 정비, 진단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밭농업기계의 디지털화를 위한 전문화된 인력이 없을뿐더러 인력양성 시스템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도에 설립되어 교육과 연구를 담당했던 밭농업기계개발연구센터는 올해 2월에 정부지원이 중단되어 가교 역할이 없어지게 된다. 이에 기존 R&D 기술과 연계하고 다양한 기반기술 지원을 업그레이드한 신규 R&D 사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이제 먼 미래는 아니지만 밭농업기계 핵심요소기술의 혁신과 생태계 활성화 플랫폼이 결합되면 밭농업기계화율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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