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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농업을 스마트하게, 농촌을 매력 있게- 성제훈 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

세계 농업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면 세계인구는 100억명을, 지금의 농업생산량은 50% 더 필요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농자재값 상승으로 농지는 줄어들고 농촌 노동력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어 농업기술 혁신을 통한 농업생산성을 극대화하지 않고서는 해결책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은 물론 선진 주요국은 예산의 상당부분을 스마트팜 기술 R&D에 투자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R&D 추진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본지는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아 ‘농기계산업의 미래, R&D에 달렸다’라는 주제로 각계 전문가의 시각을 통해 R&D 방향성에 대한 특별기고를 소개한다. <편집자註>

“CES 2023을 통해 나타난 기술혁신 주목해야”

혁신제품 499개 품목 중에서 국내 기업제품이 141개를 차지해 ‘눈길’
애그테크·푸드테크·디지털농업 등 첨단기술은 신시장 개척 ‘우선순위’

◇ 세상이 변하고 있다

1967년, 미국 소비자기술협회 주관으로 뉴욕에서 가전제품 전시회가 처음 열렸다. 이때만 해도,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등 말 그대로 ‘가전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텔레비전을 비롯한 가전제품에 발달한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전시회 방향이 ‘제품’에서 ‘기술’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2014년에 ‘자동차’가 전시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9년에는 ‘트랙터’가 전시됐다. 바야흐로 산업간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뉴욕에서 시작한 전시회는 라스베이거스로 장소를 옮겨 매년 1월 첫째 주에 닷새 동안 열리고 있다. 작년(2022년)에는 “일상을 넘어(Beyond the everyday)”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면서, 푸드테크, 우주기술, 대체불가능 토큰(NFT)을 새로운 주제로 넣었다. 이제 ‘가전’ 전시회에 우주기술까지 전시되고 있다. 이 또한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을 방증한다고 본다.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로 전시회가 축소되었다가, 2023년에는 전년보다 2배 확대해서 열렸다. 주요 전시품목은 ‘가전’이 아니라, 웹3&메타버스, 디지털 헬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식량안보 등이다. 인터넷 표준이 바뀌고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이 섞인다.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조끼 하나만 입고 다니면 나의 모든 건강을 수시로 확인해준다. 몇 년 뒤부터는 모든 자동차는 다 전기차이고, 더 나가면, 자율주행이 아닌 인간이 운전하면 불법이 될 수도 있다. 후대로부터 빌려온 이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고자 탄소중립도 고민하면서 살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식량안보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CES 2023의 주제이다.

CES 2023에 전시된 제품 가운데, 뛰어난 것을 골라 ‘최우수 혁신상’을 준다. 28개 분야에 걸쳐 총 2100개 이상 제품이 출품돼 역대 최대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499개 제품이 혁신상을 받았다. 삼성 46개, LG 28개 등 우리나라 기업제품이 141개를 차지했다. 거칠게 말해, 혁신상 3개 중 하나가 한국제품이다. 우리나라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

작년에 이어 로봇 분야가 계속 강세를 탔는데, 자율주행과 결합된 배달 로봇, 공장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외골격 로봇,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혁신상을 휩쓸었다. 로봇이 인간의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생활상을 크게 바꿀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농기계업체 존 디어(John Deere)도 자율주행 트랙터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존 디어(John Deere)는 1837년에 설립된 전통의 농기계 업체로, 최근 들어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혁신제품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존 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는 말 그대로 자율주행 로봇이기 때문에 운전자 없이 24시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GPS, 카메라, 센서 AI(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해 작동하며 기계를 구매하기 어려운 농장주에게는 구독 형태로 대여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존 디어 측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100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식량을 생산할 토지와 노동력은 줄어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 기술을 널리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도심주행과 달리 농장에서의 자율주행은 변수가 훨씬 적기 때문에 구현이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CES 2023에서는 존 디어(John Deere) CEO인 존 메이(John May)가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기술과 혁신이 농업과 세계 식량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농업의 핵심은 데이터···인프라구축 필수”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사물인터넷·메타버스 등 농업활용이 경쟁력
세상흐름 받아들이는 적극적 수용자세 필요···디지털 전담기관 설치해야

◇ 농업도 변하고 있다

‘애그테크(Ag-Tech)’라는 시사용어가 있다.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ure’와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머신러닝(기계학습), 드론, 로봇 등과 같은 첨단기술을 농산물의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전 과정에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식량부족 시대의 도래에 대비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해 최소 면적에서 최대 생산량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기존 방식에 비해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심각한 식량부족 현상의 대안으로 꼽힌다. 토양의 온도와 습도, 일조량 등을 농작물 재배에 최적화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비롯해 우수한 품질의 생산물을 수확하는 시기를 예측하는 것 등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첨단기술을 활용한다.

애그테크를 적용하면 작물에 최적화되도록 온도, 습도, 일조량, 풍향 등의 환경이 자동으로 조절되고, 작물에 어떤 비료를 언제 줬는지 등의 상세한 정보를 확인해 수확시기를 예측하거나 당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 바퀴와 팔이 달린 로봇이 농장의 잡초를 제거하거나 고해상도 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을 날려 하늘에서 해충을 포착할 수도 있다.

한편 애그테크 시장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도 열풍이 불면서 애그테크 사업에 뛰어든 대표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닷컴 세 곳을 지칭하는 농예산궈(農業三國·농업삼국)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푸드테크(Food-Tech)’라는 시사용어도 있다.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용어로 식품가공산업, 외식산업, 식품유통산업 등 식품산업과 농림축수산업 등의 연관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이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접목시켜 신시장을 개척하는 기술이다.

푸드테크는 식품 생산과정에 로봇 등을 투입하여 식품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도 하며, 소비자의 식품소비 관련 정보를 분석하여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식물이나 세포배양기술을 이용하여 쇠고기나 계란 등 기존 식품을 대체하기도 하며, 그동안 인간이 잘 먹지 않았던 곤충 등을 이용한 식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해조류 등을 이용해 빨대나 컵을 개발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식물공장도 푸드테크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푸드테크는 먹거리를 대상으로 다양한 기술들을 적용하여 식량문제나 환경문제 등을 극복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푸드테크는 우리에게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규모의 투자와 다양한 상품들이 개발되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푸드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는 2020년 기준 5542억 달러(약 665조원)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푸드테크는 주로 외식산업과 식품관련 콘텐츠 산업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배달사업, 맛집 추천 등의 콘텐츠사업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팜·스마트농업·디지털농업 등 다양한 용어도 영농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스마트팜은 온실이나 축사 등 시설을 대상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고, 디지털농업은 육종부터 재배-생산-가공-유통-소비에 이르는 모든 농업과정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스마트농업은 정보통신기술 등을 활용하여, 농업의 모든 과정을 아울러서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농업을 뜻한다.

농업인의 고령화와 농촌의 공동화가 심화됨에 따라 농업과 첨단 정보통신기술 등의 융합을 통한 농업의 자동화·정밀화·무인화를 촉진함으로써 농업의 생산성과 품질향상 등을 도모하는 스마트농업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에 스마트농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의 수립,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스마트농업 전문인력 교육기관의 지정, 스마트농업에 관한 지도·기술보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스마트농업관리사 자격제도의 도입, 스마트농업을 지원하고 확산하기 위한 스마트농업 지원 거점단지 및 스마트농업 육성지구의 지정 등 스마트농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스마트농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 국회로 이송했다. 곧이어 ‘푸드테크 산업 육성법’도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장과 민간 중심으로 농업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국에 4곳의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만들어서, 청년농을 육성하고 관련 기자재 실증을 도우며, 필요한 경우 농장 임대도 해주고 있다.

◇ 나도 변해야 한다

15년 전, 2007년 1월 9일, 청바지에 검정 셔츠를 입은 스티브 잡스가 주머니 속에서 작은 아이폰을 꺼내 들었을 때 관중들은 이목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은 전화기에, 음악도 들어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으며, 전화 기능도 들어 있다고 자랑하는 것이 ‘스마트’라는 용어의 시작이었다. 그때만 해도 전화가 가능한 휴대전화와 컴퓨팅 기능을 하나로 합친 모바일 장치를 스마트폰이라고 했지만, 그 후로 하나의 기계에 다양한 기능을 넣으면 ‘스마트’라는 말이 유행처럼 붙게 된다. 요즘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사용자가 기능을 확장하여 재구성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를 이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스마트시티까지 발전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운영과 서비스의 효율성을 최적화하고 시민들과의 연결을 위해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양한 물리적 장치를 이른다. 한마디로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플랫폼 도시이다.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이후 7년 만에 우리나라 농업에서도 스마트가 나왔다. 2014년 12월 16일,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열어 낙후된 농업을 발전시킬 방안을 발표했다. 그 회의에서 과학기술기반 농업 혁신전략 5가지 정책이 제안되었다. △(전략1) 한국형 스마트팜 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 △(전략2) 밭작물 농기계 긴급 실용화로 노동부담 경감, △(전략3) 농산부산물 활용형 친환경 에너지 타운 구축, △(전략4) 기술집약 농업벤처 성공모델 확산, △(전략5) 개방형 플래그십(Flagship) 추진을 통한 농업 혁신이 그것이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대기업 통신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세종시에서 스마트팜을 처음봤다”면서, “스마트폰으로 제어하여 힘든 농작업을 편하게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때부터 정부 문서에 ‘스마트팜’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세계 8위 수준의 농림·식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잘나가는 선진국 기준으로 봐서 82% 수준의 기술이라고 한다. 이런 실적을 거두는 데는, 최근 들어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한몫 단단히 했을 것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에 도입하면 ‘스마트한 농업’을 만들 수 있다.

농업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이 먹는 것을 만드는 1차 산업을 넘어선다. ‘먹는 것’의 후방산업으로 종자, 농약, 비료, 농기계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디지털육종, 드론 방제와 파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들어간다. 전방산업으로는 생산된 농산물의 가공·저장·유통을 들 수 있고, 여기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밀키트, 배달, 배양육 같은 푸드테크 기술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면 농업은 1차 산업을 넘어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확대되고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최근 들어서는 메타버스 등이 우리 삶을 관통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는 데이터가 있다. 이제 모든 산업에서 데이터 없이는 생존과 발전이 불가능하다.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예전에 농업경쟁력을 따질 때는 어떤 시설을 갖추고 있고 어떤 장비를 써서 어떤 기술을 활용하는지가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어떤 데이터를 쓰는지 어느 플랫폼을 활용하는지만 알면 그 농장의 농업 경쟁력을 바로 알 수 있다. 다 데이터의 힘이다.

이 데이터를 농업에 활용해야 한다. 농민의 경험에 의존하는 농사가 아닌, 현재의 작물생육상태와 기상 데이터, 토양 데이터 등을 근거로 편하게 농사짓는 것이 스마트농업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줄고, 고령화된 현 시대에는 스마트농업이 유일한 대안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인프라 구축은 팜맵(farm map) 중심의 디지털 경지정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어 디지털농업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농업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마이농장 데이터 서비스’가 필요하다. 김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한 보급형 스마트팜 기술 개발과 스마트 농기계 보급 확대도 필수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전담기관을 설치해서 체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 농업을 스마트하게, 농촌을 매력 있게

스마트농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농업인에게는 경쟁력을 갖춘 ‘일터’를 만들어주고, 도시 소비자나 은퇴자에게는 새로운 주거공간으로서 ‘삶터’를 제공하며, 국민 모두에게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쉼터’를 꾸며줄 수 있다. 이것이 도시와 농촌의 통합이고, 더 나가 온 국민의 통합이다.

매력이라는 낱말이 있다. 한자로 魅力이다. 여기에 쓴 魅는 도깨비 매 자이다. 매력의 뜻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지만, ‘끄는 힘’을 사람이 필설로 형언할 수 없을 때 매력이라고 한다. 분명 뭔가 끄는 힘이 있는데,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힘. 그게 바로 매력이다.

농업을 스마트하게 만들고, 농촌을 매력 있게 만들 준비가 되고 있다. 세상이 그렇게 움직이고, 세계가 그렇게 바뀌고 있으며,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세우고 있다. 이제 내가 움직일 차례다. 세상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농업이 우리나라 미래성장의 주축 산업이 되고, 농촌이 국민 행복의 씨앗이 되는 그날까지 많은 국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꾸준한 격려가 필요하다.

농축산기계신문  webmaster.alnews@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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