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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용 서울대교수] 농기계산업의 R&D 활성화방안 및 추진과제"R&D정책 추진 위한 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시급"

[창간 1주년 기획] 농기계산업의 4차 산업혁명,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농기계산업의 R&D 활성화방안 및 추진과제 - 이중용 서울대 교수

 

“R&D정책 추진 위한 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시급”

 

농업기계화 정책부서 산재, 정책일관성 부족…콘트롤타워 마련해야
농기계 R&D 평가체계 효율화, 실용화 촉진위해 법·제도 정비해야

 

이중용 서울대 교수

◇ 제8차 농업기계화기본계획 구체적 실행계획 서둘러야
2017년부터 시행돼야 할 ‘제8차 농업기계화기본계획’의 주요내용은 학술대회 등을 통해 알려졌으나 구체적 사항은 아직까지 공고되고 있지 않고 있다.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연구를 수행한 책임자로서 농식품부 내부의 정책결정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연구결과가 미흡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반성을 해본다. 제8차 농업기계화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고민했던 점은 첫째, 스마트농업 또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이뤄낼 것인 가였고, 둘째는 농업기계화 기본계획을 어떻게 하면 농업인과 농기계산업을 동시에 만족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농업의 분야에 따라서 기계화 수준이 다르고 분야별 기술의 격차가 커서 농업의 지속발전을 위협할 수준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마당에 마늘줄기 절단기 개발이나 잡곡 탈곡기 개발을 논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밭농사를 하는 농업인이나 농기계제조업자에게 4차 산업혁명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릴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 농업기계화 추진 전담 정책부서의 부재
우리나라 농업기계화의 역사를 돌아보면 해방 이후에는 가뭄과 홍수 및 병충해 대책용 농기계 보급이 무분별하게 이뤄졌으며 농기계를 수입하자는 정책과 국산화하는 정책이 갈등하는 혼란이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1979년 농업기계화촉진법이 시행되면서 농기계 제조와 검사, 유통과 사후봉사, 농기계 교육과 인재양성이 망라된 체계적인 정책이 시행됐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녹색혁명(주곡 자급)과 백색혁명(시설원예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산업구조 및 통상정책은 1960년대에 비해 크게 달라졌으나 농업기계화정책은 변화된 여건에 따라 발전하지 못하고 쌀생산을 담당하는 식량정책관 산하에서 관리해왔다. 2017년에 이르러 농업과학기술을 총괄하는 창조농식품정책관이 관리하도록 한 것은 늦었지만 매우 유의미한 조치로 환영할 일이다.
제8차 농업기계화기본계획을 세우면서 당황스러운 일은 어디까지가 농업기계정책의 영역인지 모호해진 상황 때문이었다. 농식품부의 거의 모든 정책부서가 농기계를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기계의 연구개발, 검정, 안전, 보급, 이용, 사후봉사, 유통 전 범위를 농기자재정책팀이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했다. 물론 농식품부 내부의 정책조율과정이 있다고 하지만 농식품부 거의 전 부서에서 이뤄지는 정책사업을 망라해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국가의 농업기계와 시설에 대한 연구는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가 주도했는데 스마트팜 보급이 확산되면서 관련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기관이 농업공학부만이 아니라 2012년 설립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도 참여하면서 연구개발의 방향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여건이 형성됐다.

◇ 농기계 R&D 주도할 콘트롤타워 필요
미래농업의 방향, 글로벌 농업기술의 방향이 스마트농업임에 분명하므로 농업기계분야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농업기계는 자동화를 거쳐 정밀농업화, 스마트화 과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농업기계가 생체측정 및 센서기술, 자율주행기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과 결합하면서 자동화를 넘어 지능화되고 하드웨어와 지식·정보가 융합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농업기계분야가 식량생산단계만이 아니라 농업시스템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기계의 연구개발은 단순히 기계를 개발하는 것과 다르게 우리 농업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1970년대에 체계적인 농업기계화 정책을 펼쳤던 것과 마찬가지로 혁명적 상황을 맞이해 스마트농기자재의 연구개발과 검정, 스마트농기자재의 효율적 이용과 관리에 필요한 제도와 법을 갖추고 기술보급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농업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려면 농업분야 부가가치 창출에 민간이 활동할 여지를 열어주는 정책으로 변화돼야 한다. 정부는 스마트팜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 기반 위에서 민간업체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업인은 편리함과 경제적 이득을 얻도록 추진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나 스마트팜 확산사업이 단순한 시설현대화사업이 된다면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농업기계의 연구개발 현황과 문제점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분야는 밭농업기계화와 스마트팜 및 농산식품가공과 유통(6차 산업화, 수출산업화) 분야를 들 수 있다. 농기계에 대한 연구자금은 농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제공하고 있으나 과제의 중복성과 산업육성에 있어서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부처마다 농업기계의 범위가 다른 실정이며 연구개발 목적이 농업생산성 향상, 농기계산업 육성, 농기계수출 진흥지원, 첨단농기계기술개발 등 다양하지만 평가기준은 논문과 특허, 기술이전 등 대동소이하다. 농기계연구개발에 있어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은 높지만 산학관연의 소통은 여전히 미흡하고 누구도 콘트롤타워 역할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8차 기본계획에서 농기계의 품질향상과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원천기술개발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연구개발의 목표를 뚜렷하게 하고 성공을 유도하기 위한 평가지표를 적용하고, 개발된 연구성과를 특정 업체가 독점하기 보다는 산업 전반에게 혜택이 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 R&D 평가체계의 개선 필요
농산업분야의 기술은 공적자금에 의해 연구·개발되므로 투자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농기계의 경우 실용화는 보급된 기계의 대수로 평가받는데 개발된 농기계의 실용화 비율이 낮다면 그 이유를 파악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농기계가 농촌 현장에서 사용되는 단계를 살펴보면 먼저 목표한 성능을 갖춘 시작기를 개발해야 한다. 이후 다양한 지역과 조건에서 신뢰할만한 품질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실증단계가 수행된다. 이후 농업인에게 농기계를  현실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한 설계변경과 대량생산설비를 투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기계의 안전과 기본 성능에 대해 국가의 검정을 받고 농업인에게 판매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비는 시작기 개발까지를 지원한다. 그 이후의 과정은 농기계업체가 투자해야 하는데 종합형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농기계제조업체는 매우 영세한 상황이어서 투자 여력이 없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농기계의 국내시장의 수요규모가 크지 않고 농업인의 농기계 구매능력도 점차 악화되는 실정이며, 밭작물의 경우 재배기술이 표준화되지 않아 기계를 판매하기 위해 개발하기 어렵다. 더구나 2000년대 이후 농기계 임대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농업인의 농기계 구매가 감소한 것도 큰 문제이다. 팔리지 않는 기계를 생산할 업체도 없지만, 널리 사용되지 않는 기계를 구입할 지자체도 없다. 널리 사용되는 기계를 개발하려면 다양한 지역에서 실증실험을 해야 하는데 영세한 업체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또한 밭농업기계화에 단위면적당 생산량 보다는 단위생산당 생산비로 평가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기계화는 사람이 하던 일을 단순히 기계로 하는 것이 아니고 기계를 이용하여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것으로서 필요하면 재배방법이나 품종도 바꿔야 한다. 수도작 기계화과정에서 건탈곡체계(관행 건조후 수확방법)를 생탈곡체계로 바꿔 일관기계화 한 것이 좋은 예이다.

◇ R&D 정책추진 앞서 법과 제도정비 선행돼야
농업기계의 실용화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법과 제도라고 판단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과 ‘긴프로’로 알려진 연구개발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현재 우리나라에 접목하고 변형시켜야 할 것이다.
일본은 1953년 농업기계화촉진법을 공포한 이후 1993년에는 실용화 촉진을 위한 개정을 추진했다. 주요내용은 농기계 중에 농업경영 개선을 위해 계획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는 기종을 특정 고성능 농기계라고 정하고 이를 개발하기 위한 긴프로 사업을 추진했다. 한편, 실용화를 촉진하는 사업자로서 신농기(주)를 설립해 기계화재배양식의 표준화, 고성능 농기계의 보급과 부품의 공용화 등 다양해지는 농기계를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체계를 개척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일본의 실용화 촉진정책의 성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연구개발과 실용화촉진, 시험과 검사에 초점을 맞춰 법을 개정한 것은 주목할 점이다. 또한 일본은 2016년에는 농업의 스마트화에 따른 농업현장의 직면한 과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농업기술혁신공학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농업문제해결에 ICT기술과 로봇기술을 활용하는 핵심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농업 각 분야 연구소들보다 상위에 위치해 채소와 과수 등의 기계화, 수도작과 밭농업의 고속화, 저비용화, 농기계의 범용화, 축산·낙농에서 정밀사양관리 등 농업이 직면한 과제를 총괄하도록 한 것이다.
연구개발이 미래를 선도하고 실질적 발전에 기여하려면 연구지원을 늘리는 한편 제조업체의 실용화 애로사항을 해결해야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조치는 정책의 기본이 되는 농업기계화촉진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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