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복 국립축산과학원 연구관

축산 스마트팜 기기의 고도화 선행돼야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기반 축산의 필요성

작년 말 초거대 인공지능(Hyperscale AI) 기반의 챗봇 서비스인 ChatGPT가 출시 5일 만에 100만명, 2주일 만에 200만명의 사용자를 달성하여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ChatGPT는 사람과 유사하게 이전 대화의 맥락을 바탕으로 질문에 답변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등 창조적인 업무도 가능하며, 논문을 요약해주거나 프로그램을 코딩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또한, 약 4개월 만에 미국 변호사 시험 및 미국 대학입학시험(SAT) 시험에서 상위 10%에 들어갈 정도로 기존보다 성능이 매우 향상된 업그레이드 버전이 공개되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우리 생활의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축산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기존의 가축관리 방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공지능 적용을 위한 학습 데이터가 매우 부족하여 관련 기술개발이 더딘 상황이다. 앞으로 데이터 기반 축산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단일 데이터가 아닌 데이터 세트를 확보해야 하며, 유용한 데이터를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생성하고 전송하는 스마트팜 기기의 고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스마트팜 예산 및 보급실적

▲축산 스마트팜의 미래

◆축산 스마트팜 추진 현황

정부에서는 농·축산 분야 종사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스마트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사업은 농가에 스마트팜 기기 보급을 지원하는 ‘ICT 융복합 확산’ 사업이다. 축산 분야의 경우 해당 사업을 통해 2021년까지 4785호에 스마트팜 기기를 보급했으며, 지속적으로 보급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또한, 상용화된 기술의 농가 보급뿐 아니라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현재는 2021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약 3300억원을 투자하는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기술개발’ 연구사업을 통해 지능형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데이터 기반 축산의 핵심인 축산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EPIS)에서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ICT 융복합 확산사업’으로 농가에 보급되는 장치의 데이터와 농가 생산성적 등을 수집하여 공개하고 있으며, 동시에 데이터를 활용한 ‘농가 컨설팅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축산 분야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개하여 데이터 기반 축산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축산으로의 발전을 위한 과제

축산 농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관리의 대상이 되는 축사와 가축에 대한 데이터와 주요 농장관리 업무인 사양관리, 환경관리, 건강관리, 번식관리, 생산관리, 경영관리를 위한 데이터가 있다. 이 중 일부는 스마트팜 기기로부터 자동으로 수집이 가능하지만, 농장 관리자가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데이터도 있다. 만약 농장에서 스마트팜 기기와 수기 작성 데이터를 정확하게 종합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면,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나은 가축관리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 기반 축산의 핵심이다. 하지만 데이터 기반 축산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첫 번째는 스마트팜 기기의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 축산을 위해서는 스마트팜 기기로부터 안정적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기 품질개선이 필요하다. 기기가 고장으로 데이터를 송출하지 못하면 데이터 수집 자체가 안되는 것이고, 측정한 데이터의 정확도가 낮다면 데이터를 수집해도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축사의 경우 일반적인 환경과 다르게 습하고 암모니아 가스 농도가 높으며 분진이 많아 스마트팜 기기의 고장이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전기화학식 센서로 만들어진 환경모니터링 기기의 경우 수개월도 못 쓰고 고장 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환경정보를 상시로 측정하는 방식이 아닌 설정한 시간 주기로 공기를 흡입하여 측정하는 방식의 환경모니터링 기기도 개발되었지만, 가격이 비싸고 여전히 현장에서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스마트팜 기기에서 측정하고 송출하는 데이터의 정확도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급이기에 설정된 급이량과 실제 기기가 제공한 급이량에서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면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서비스 모델의 신뢰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입장에서는 각 스마트팜 기기의 데이터 측정범위, 최소 측정단위, 허용오차 등의 규격을 알 필요가 있지만 기기 업체에서는 해당 규격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데이터의 오차가 큰 경우도 많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의 축산을 위해서는 ICT 기기별로 최소한의 내구성, 정확도 등에 대한 품질 규격을 설정하고, 검증을 통해 기기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통일된 데이터 수집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 축산을 위해서는 활용 가능한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통일된 기준을 가지고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농가별로 수집하는 데이터 항목, 단위 및 수집방법이 다르다면 여러 농가의 데이터를 같이 분석하여 활용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현재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 수는 많지만 설치된 기기의 종류나 수준이 다르고, 동일한 종류의 기기도 업체별로 송출하는 데이터에 차이가 있으며, 수기로 수집이 필요한 데이터는 수집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많아 농가별로 수집된 데이터의 항목이 매우 다르다. 이로 인해 데이터 수 자체는 많지만, 데이터 세트 구성이 어려워 농가 수집 데이터의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다. 또한, 동일한 항목의 데이터라도 수집 시 데이터의 단위와 수집방법이 다르면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 수집된 데이터의 단위를 안다면 서로 다른 단위를 통일하는 작업을 해서라도 맞추어 사용할 수 있지만, 수치만 있고 단위를 모르면 그 데이터는 활용할 수가 없으며, 데이터의 측정 위치와 측정 방법이 다르면 수집된 데이터 간에 편차가 크게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의 축산을 위해서는 수집해야 하는 필수 데이터 항목을 설정하고, 단위, 수집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통일하는 등 데이터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새로운 데이터 자동수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농가에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팜 기기는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작업의 편의성 및 효율성 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는 기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 가축관리를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수집이 어려운 데이터가 많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데이터가 가축의 체형 및 체중이다. 체형과 체중은 가축의 성장 상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며, 이를 통해 향후 개체별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조치계획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축산 농장에서 관리자가 개체별로 가축의 체형과 체중을 매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성장 과정에서의 데이터는 수집이 매우 어렵다. 또한, 가축의 행동 및 발성음 데이터도 매우 중요하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축도 몸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행동이나 발성음을 통해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이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이상 개체를 조기에 탐지하고 조치하여 생산성 저하를 막는데 도움이된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이 부족하여 농장 관리자가 육안 관찰을 통해 가축의 이상 상태를 확인하고 있으나, 상시 모니터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상 개체 탐지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영상 및 발성음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이 일부 개발되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 축산을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가축관리에 중요한 가축 상태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축산 스마트팜에 대한 전망

앞서 언급한 데이터 기반 축산으로의 발전을 위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산·학이 다양하게 협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함께 ‘ICT 융복합 확산’ 및 ‘ICT 기자재 국가표준 확산지원’ 사업을 통해 농가에 보급되는 스마트팜 기기의 품질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산업체, 연구기관 및 대학 등과 협력하여 스마트팜 기기 품질개선 및 데이터 수집 기준 설정을 위한 국가·단체표준과 영상·발성음을 활용한 생체정보 수집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민·관·산·학의 노력으로 데이터 기반 축산의 기틀이 마련된다면 사양·환경정보 및 가축생체 정보 등 농장의 중요한 정보들이 통일된 기준으로 수집되고, 표준화된 형태로 데이터 플랫폼에 저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인공지능을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 모델이 개발될 수 있고,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으로 농장 관리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의사결정 지원 서비스 모델을 자동화 기기와 연계하여 스스로 농장을 관리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축산으로의 발전을 통해 우리나라가 축산 스마트팜 분야의 선진국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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