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농업의 확산으로 미국·유럽은 이미 트랙터와 작업기의 범용 데이터 교환을 위한 ISOBUS 기술표준을 적용해 데이터 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향후 ISOBUS 기술표준 탑재 트랙터·작업기에 대해서만 수출입이 가능하도록 진입장벽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반면 국내 ISOBUS는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검토되고 있을 뿐, 정부차원의 정책추진은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농업기계학회는 이 같은 국내 추진실태와 문제점 발굴을 위해 정책세미나를 진행한다.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될 주요내용들을 살펴본다. <편집자註>

“ISOBUS 개발 나설 인력양성 서둘러야”

콩재배 정밀농업 비료살포 제어시스템에 적용된 농촌진흥청의 ISOBUS 개발사례

AI 등장과 통신기술의 혁신적 발전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식량생산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농기계산업 또한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중 ISOBUS라 불리는 국제표준 규격은 농작업 현장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와 같이 규격화된 공산품을 처리하는 첨단 시스템과 달리 다양한 작물·축종이 대상인 농기계 시스템의 고도화에는 많은 난관이 따른다.

이를 해결하고자 국제표준 코드명 ISO11783은 트랙터 및 임업기계의 확장, 작업, 현장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제정돼 왔다. 총 14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으며, 800 페이지에 육박하는 문서를 통해 트랙터와 부착작업기 간의 정보교환 방법을 정의한다. 글로벌시장 동향보고서는 ISOBUS 시장 연간성장률을 2021년 기준 10.08%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을 선두로 각국에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ISOBUS 산업에 대한 국내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제조사 고유번호를 부여받은 미국 기업수가 520사인데 반해 국내 기업은 20사에 불과하다. 그나마 농기계 생산이 주력인 기업은 전무하다. 농업용 분무시스템이 주력 생산품인 해외 T社의 경우 이미 ISOBUS 준수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차세대 농기계 전장시스템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와 아울러 농민에게 실효적 전파력을 가진 농기계 기술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기술의 주도적 도입을 위해 선결돼야 할 여러 가지 중 전문인력 양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 ISOBUS 규격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완성이 가능한 통신 프로그램으로 파악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 대기업인 미국 D社의 경우 초창기 ISOBUS 규격도입을 고려할 때 가장 큰 애로점으로 새로운 기계개발이 요구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요소가 동시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개별 전문가들 간 지속적 협업이 요구된다.

농작업 및 농기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신진 인력양성 측면에서 보면, 10개 내외의 국내 농기계 전공학과에서는 전기전자공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마이크로프로세서 과목의 응용을 통해 기초적인 전장시스템 설계 및 개발능력을 함양하고 있지만, 기업체 요구에 부합하는 수준 도달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ISOBUS 개발은 실시간 운영체제 특성을 가지는 하드웨어 수준 개발기법이 요구되기에 격차는 더욱 크다. 경력자 인력양성의 경우 단기간에 요구수준에 부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국가재정 지원사업을 통해 재직자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으나, 실제 사례는 전무하다. 중장기적 관점의 안정적 고용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신진 인력양성과 병행해야 한다. 기업체의 요구 수준과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전공특화 프로그램의 개발과 이를 고용과 연계해 안정적 인력배출이 가능한 계약학과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차세대 농기계산업 생태계를 이끌 인력시장 조성을 위한 각계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농기계 국제표준화에 대한 대응은 국제시장에서 해당 기술의 보급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표준화는 접속 호환성 확보에 따른 활용도 향상, 제품의 변화 감소에 따른 효율향상, 기술개발의 중복회피, 신기술의 보급확산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기계의 국제표준화는 공평한 경쟁의 촉진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스마트농업 기술에 대응하는 새로운 검사규격이나 안전요구의 설정 등 새로운 규격을 만드는 측면에서 일본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 농기계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교환규격의 표준화 또한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전자화된 다양한 기기들 사이에서 규격을 통일해 간편하게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전체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농기계 및 작업기와 클라우드 상에 있는 관리 소프트웨어와의 데이터 교환은 국제규격 ISO 11783의 연장선 상에 있다. 또한, ISOBUS에 대응하는 트랙터, 작업기 등은 유럽과 미국에서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 등 사실상 정보 인프라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ISOBUS에 대응할 수밖에 없으며, 해외의 국제표준에 대해 어떻게 사용하고 확장해 나갈지에 대한 향후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몇 년간 이뤄진 ISOBUS에 추가된 기능이나 ISOBUS 표준을 이용하는 데이터 교환체계, ISOBUS 적용 농기계 등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이미 자동차 시장의 경우는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받아서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기능을 정의하는 기술(SDV: Software Defined Vehicle)이 화두로 던져졌고, 자동차를 양산할 때 적용된 기능 외에도 자동차를 운행하면서도 기능을 추가하거나 업그레이드 할 수가 있는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은 자동차 분야뿐만이 아니라 농기계 고도화(디지털화)의 기술발전과 연계돼 진행되고 있다.

최근 ‘로버트 보쉬’가 런칭한 기계 간의 연결을 통한 지능형 농기계 플랫폼 솔루션은 정밀농업과 관련한 응용 소프트웨어(앱)가 농기계와 작업기 간에 연동이 되게 하고, 응용 소프트웨어(앱)의 기능에 따라 농기계(부착작업기 포함)의 기능이 추가적용 또는 확대돼 작업이 고도화될 수 있게 하는 스마트 농기계 기술이다. 예를 들어 농약을 대형 붐스프레이를 통해 살포하는 작업을 함에 있어서 카메라를 통해 농작물의 상황을 파악하고 붐스프레이를 견인하는 트랙터의 정보(트랙터의 속도, 위치, 방향 등)를 취합해 최적의 농약 살포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솔루션을 실제 적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통합된 통신체계이다. 다양한 농기계와 작업기들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서로 연동이 되려면 기계 간에 연결(LTE, WiFi 등)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통합된 메시지 체계(ISOBUS)를 활용해 기계 간에 정보 또는 명령을 주고받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또한, 통합된 개발환경을 제공해 특정 농기계 제작사에 제약 없이 ‘로버트 보쉬’가 제공하는 플랫폼 솔루션을 적용한 농기계에는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앱)가 제한 없이 적용되게 하는 것을 핵심목표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농업기계 자동화를 위한 기반기술로는 자동변속기, 유압시스템 자동화, 차량내 전자제어시스템 플랫폼화 등이 있으며, 늘어나는 전자제어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 CAN 및 ISOBUS와 같은 표준화된 통신 네트워크의 구축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전동화 플랫폼 기술개발을 위한 전기구동 동력분배 시스템 마련과 네트워크 관리 플랫폼도 뒤따라야 한다. 농기계 관제는 센싱기술 수집과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LTE, 5G 등을 통한 원격관리, AI 이용 등에 활용되며, V2X는 차량·외부시스템과의 통신기술을 위해 근거리통신인 WLAN(WiFi), 장거리 통신을 위한 셀룰러 네트워크(5G·LTE)를 통해 군집주행·협력작업·원격제어 등에 활용된다.

차량 내 통신인 CAN(ISOBUS, J1939), EtherCAT을 통한 네트워크 시스템은 ISO 11898-2 기반의 High Speed CAN 프로토콜을 이용한 물리계층을 활용한다. ISOBUS와 J1939는 이러한 CAN 기반의 물리계층을 활용한 상위계층의 통신 프로토콜로 다양한 작업기가 장착되는 농업기계에 맞춰 CAN을 기반으로 한 작업기-차량간 통신·제어 등에 활용된다. 이러한 CAN 시스템은 외부 네트워크와의 접속한계로 최근에는 EhterCAT 등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차량 내 통신은 제어기와 제어기 및 센서 간의 통신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제어명령 등을 전달하며, 이는 변속기-엔진-작업기를 포함한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이다. ISOBUS는 이 중 작업기와 농업기계 본체와의 통신을 위한 ISO11783 표준 프로토콜로 작업기의 작업정보, 제어정보 등을 작업기와 본체 간에 유기적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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