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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섣부른 가격표시제, 혼란만 키워

몇 년 전 정부 고위관계자와 사무관 등 실무직원들의 전문성 문제에 대해 상의한 바 있다.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는 특정분야에 직원을 오랫동안 박아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언젠가는 한 분야를 평생 연구했고 은퇴를 몇 년 앞둔 연구원을 찾아간 적이 있다. 마침 그 때 정부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입 주무관을 보낼테니 가르쳐서 보내라는 취지였다. 이후 
그 사무실은 서로 안가르치겠다고 옥신각신 ‘설전’이 벌어졌다. “바쁜 시간 쪼개서 가르치면 뭐하나 조만간 또 바뀔텐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기계 가격표시제의 각계 격한 반발을 지켜보면서 예상했던 결과라는 냉정한 판단이 섰다. 정부가 전반적으로 공무원을 이런 식으로 운용하고 있으니 농식품부의 정책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와 관련, 업계 관계자와 수차례에 걸쳐 협의를 통해 주요 농기계 제조업체들의 평균 20% 가격인하 결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취지를 이런 식으로 풀어야 했을까는 생각해 볼 문제다. 또 업계의 상황을 인지했다면 최소한 시범사업이나 단계별로 사업을 추진했어야 했다. 

비전문가적 정책추진은 애꿎은 국민들의 희생을 불러오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농기계업체 관계자는 “제품가격을 내리면 품질이 떨어져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대리점도 출혈경쟁으로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격표시제는 사후관리문제 등 갖가지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내년 1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업계 전반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갖가지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명확한 원칙을 통해 미리 해소할 필요가 있다. 

 “프로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만 아마추어는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아마추어’

인식을 불식시키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농민과 업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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