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큰’ 파종기·수확기 종합검정

강화된 파종기·수확기의 종합검정제도로 인해 작업기 생산업체들이 제품개발을 포기하고 나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포장시험을 하는 모습.

지난해부터 강화된 파종기·수확기의 종합검정제도로 인해 작업기 생산업체들이 제품개발을 포기하고 나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일부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져 농업인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1일부터 정부지원대상 농기계 중에서 파종기·수확기 등 35개 기종의 검정기준을 상향조정해 종합검정으로 강화하고 포장시험 등 성능시험을 거쳐야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올해부터는 경과규정으로 종합검정 대상에서 빠졌던 모델에 대해서도 종합검정 대상으로 포함시킬 예정으로 있다.

문제는 안전검정과 달리 종합검정은 포장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해당 작물 재배시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검정을 받더라도 다음해 해당 작물 재배시기가 되어야 판매가 가능해 제품개발을 해도 판매까지 2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양파수확기의 경우에는 포장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양파수확시기가 되어야 포장시험을 할 수 있고, 45일의 검정처리기간을 거쳐 제품을 판매하려고 해도 이미 양파수확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다음해나 되어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파생모델까지 모두 개별적으로 검정을 받도록 하고 있어 수확기의 순수한 검정비용 평균 112만원, 파종기 평균 140만원 외에 포장검정을 위한 농지임대, 작물비용, 인건비, 운송비 등 실제경비는 한 모델당 검정비용이 2000만원~3000만원에 이른다. 작업폭 1000㎜, 1200㎜, 1400㎜, 1600㎜의 모델별로 각각 흙받이, 고무흔들채, 삽장착 등 7~8가지 파생모델별로도 종합검정을 따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 기종마다 검정비용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다보니 밭농업기계 생산업체들은 검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제품개발을 해놓고도 판매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검정비용이 모두 제품가격에 포함될 경우에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농기계검정제도 강화가 오히려 우리 농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패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계 관계자는 “파생모델까지 검정을 받도록 하는 것은 결국 농민의 부담만을 높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검정제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 안전검정만으로 충분한 제도를 종합검정으로 높이는 것은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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