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식당 앞 정자에 자리를 잡았다. 부부사이로 보기에는 우리의 대화내용이나 호칭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굳이 부부사이로 위장하여 행동을 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우리가 뭐 불륜을 저지른 사이도 아니고, 무엇보다 아내에 대한 죄책감에 가증스런 표정을 지을 만큼 배짱이 두둑하지도 못했다.

다소 춥기는 했지만, 소란스러운 식당 안보다는 정자 위가 훨씬 운치가 있어 좋았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진 닭도리탕은 맛깔스럽게 끓고 있고, 뻔히 눈치챘을 텐데도 사모님이라고 불러주는 주인장 덕에 푸짐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소주도 몇 순배 돌고...

그녀와 이렇게 오붓하게 앉아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마치 우리가 오래전부터 가족인 듯한 착각에 아무래도 무슨 일이 벌어져야만 정상일 듯 생각이 드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었다. 이런 모호한 상태가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하지만 그녀와 터놓고 이야기 나눠볼 수도 없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은근히 나를 의지하고 있는 그녀를 실망시킬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와 나는 소주를 두병이나 비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낚시는 물 건너간 듯한 불안감이 엄습하긴 했지만, 한두 마리라도 손맛은 봐야겠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바보같은 녀석...!’ 내가 하는 일은 늘 이 모양이다. 우유부단함에 맺고 끊는 것이 확실치가 못하니... 다소의 취기가 돌았지만 좌대로 돌아와 속절없이 밑밥만 갈아주고 있었다.

여전히 캐미 라이트는 말뚝인 채 수면위에 반짝이고 있고, 새 어분을 개어 떡밥을 던져놓고 있지만 도무지 입질 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주인장은 아들과 함께 커다란 주전자를 들고 커피를 돌리는 모양이다. 도통 입질이 없는 걸 보고는 민망했는지 밤에는 방갈로에서 쉬시고 새벽시간대를 기대해보라 한다. 그녀에게도 추우면 식당에 와서 TV라도 보시라고 눈치 없이 권하고... 그렇게 밤 시간이 깊어가고 있었다.

무료하게 옆에 앉아있던 그녀도 취기 때문인지 밤공기가 추워서인지 모르겠지만 연신 하품을 하고, 그녀에게 방갈로에서 쉴 것을 권했지만 무섭다고 사양하고 차안에서 좀 쉬겠다고 한다. 그녀를 차안으로 보내놓고 주먹만 하게 던져 놓은 떡밥을 갈아주기 위해 일어서는데, 멀리 관리소 앞 가로등 불빛에 희미하게 소용돌이 치고 있는 수면이 한눈에 들어왔다. 20여 미터 앞쪽에서 일렁이던 파문은 끝없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수심이 겨우 1미터나 될까하는 지금의 포인트에 소용돌이가 인다는 것은 분명 붕어들의 회유현상? 입을 다 물지 못하고 소용돌이의 진원지와 채비 포인트와의 거리를 가늠해 보고 있는데... 점차 소용 돌이의 일렁임이 곳부리의 채비근처로 다가오고 있었다.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서둘러 떡밥을 바꾸어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거의 1미터 간격으로 벌려놓은 세 개의 찌들이 동시에 꿈질거리기 시작했다. 극도의 흥분상태에 벌써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고... 마침내 3.2칸 중간대의 찌가 슬쩍 들어가더니 서너마디 치솟아 올랐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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