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우선 경부선을 타고 무작정 고속도로를 달렸다. 어렴풋이 용인시 주변에 저수지가 많다는 기억이 떠올라 영동선으로 접어들어 빠져나온 곳이 용인IC. 그러나 생각나는 낚시터도, 알고 있는 낚시터도 없었다.

사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낚시터를 가보곤 했지만, 아버지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마지 못해 따라갔던 것으로 멍하니 찌를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무료함이 싫어 핑계만 있으면 가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러니 낚시채비 다루는 방법도 잘 알지 못했고, 대학시절 선배들을 따라 몇 번 가본 적은 있지만 낚시보다는 술자리에 집중했던 것 같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이리저리 헤매며 왠지 미아가 된 듯한 불안감에 집나온 것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띈 곳이 ‘신원지’라는 낚시터. 입구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심호흡 몇 번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낡아빠진 낚시가방이 범상치 않았는지 주인장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낚시가방을 펼쳐 보이며 낚시에 필요한 장비점검을 부탁하니 주인장이 껄껄 웃으며 이 낚시장비들을 누구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냐고 물어온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몇년 동안 전혀 열어보지도 않았으니... 지금은 생산되지도 않는 구형 모델의 낚시대에 바늘은 녹슬어 있고, 줄에 붙어있는 찌고무는 녹아서 거의 골동품 수준이었다. 주인장이 한참을 공들여 채비수선을 해준 뒤에야 겨우 좌대를 탈 수 있었다.

호기있게 낚시대를 펼치고 밤낚시를 시작했지만... 입질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새벽의 고요함이 깊어질수록 착잡함이 점차 불안감으로 엄습하기 시작한다. ‘혹시 이 여편네가 교통사고라도...?’ 별 방정맞은 생각까지 들고... 아무래도 더 이상 낚시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몇번 전화를 해봤지만 신호만 가지 받지를 않는다. 서둘러 가방을 꾸려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아내에 대한 서운함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내가 별일 없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먼저 확인한 것이 아내의 구두. 다행히 있다! 기가 막혀 안방문을 열어보니 코까지 골며 잠들어 있다. 어이가 없어 깨워 따져볼까 하다가 그나마도 별일 없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려 거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내는 오히려 내게 따져 묻는다. 나가려면 짐 가방을 챙겨가지 웬 낚시가방을 챙겨가느냐고... 내참!

그렇게 다시 낚시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달이면 한두번씩 낚시를 다니며 조금씩 재미도 붙이고 실력도 늘어가고... 물론 아내와도 함께 몇 번 낚시를 가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는 낚시에 도무지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하도 잔소리가 심해 혼자 다니는 것이 속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내와의 사이가 예전처럼 썩 좋아지지도 않고, 변함없이 바쁜 서로의 일을 핑계로 무덤덤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직업상 술자리가 많다보니 단골로 몇 군데 술집을 다니던 곳이 있었다. 그중 조용하고 술값도 그리 비싸지 않은 카페(커피와 맥주를 주로 취급)를 자주갔다. 거래처 손님들과 식사 후 가볍게 한잔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마담과 여종업원 두사람이 근무하면서 싹싹하게 시중을 잘 들어주었다. 물론 단란주점이나 룸싸롱이 아니기에 팁도 없고 걸쭉한 여흥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오다가다 손님들과 맥주나 양주 한두병 마시는 것일 뿐. 이제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은 그 카페의 여 주인이다.  

< To be continued >

편집부  alnews@alnews.co.kr

<저작권자 © 농축산기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