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업기계화 앞길 ‘첩첩산중’ 
 
4000억원 예산확보 안돼…기재부와 줄다리기 전망

신기술농업기계 지정받아야 지원…업체간 갈등소지 

밭농업기계화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종합대책이 마련됐지만 풀어야 할과제가 산적해 갈 길이 난망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정책공약으로 쌀 과잉공 급을 해소하기 위해 쌀 재배면적을 내년까지 10만㏊ 줄여 밭농업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쌀농업에 편중된 예산을 전용해 밭농업기계화 분야를 활성화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부처인 기재부와 농식 품부 주요사업별 회계항목에 대한 사전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 예산집행이 이뤄질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부처 전체예산에서 쌀농업에 배정된 수십개의 예산 중일부를 밭농업 분야로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확보는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큰틀에서 농식품부 주요사업 기본방침을 정하고 회계항목별 심사를 통해 적합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올해 밭농업기계화 촉진을 위한 예산집행은 기존 농기계임대사업 예산 중에서 420억원과 일부 밭농업지원분야와 R&D에 배정된 예산만으로 운용을 하고, 기재부와 적극적인 줄다리기를 통해 내년 예산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와 함께 밭농업기계 보급확산을 위해 신기술농업기계 진입문턱을 낮추기 위한 사전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농촌진흥청 행정 예고를 통해 ‘신기술 농업기계의 지정 및 관리요령’ 중 일부개정(안)을 공고하고, 신기술농업기계 지정기준 완화 및 대상확대, 심사단계 축소, 국산화 확대를 위한 원산지판정기준 설정 등을 마련했다.

이번 신기술농업기계 지정고시 개정은 정부가 구입해 전국 주산지에 보급하려고 하는 밭농업기계는 신기술 지정을 받은 제품에 한해 공급한다는 방침의 후속대책으로 적잖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3단계인 신기술 심사단계를 1단계로 축소하기 위해 실용화재단을 통해 현행 안전검정 대상인 밭농업기계를 종합검정으로 강화해 검정을 받도록 했다. 또한 성능개선이 입증된 제품에 한해서만 시험성적서를 발급하도록 해 신기술 선점을 위한 특허분쟁 등 업체간 마찰이 예상되고 기존 밭농업기계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학계 관계자는 “기계화율이 낮은 밭농업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소 잡음이 있더라도 정부의 정책의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가장 중요한 예산확보만 이뤄진다면 나머지 세부 실행계획들은 제도운영을 통해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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