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주년 기획] 농기계산업의 4차 산업혁명,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4차 산업혁명 위한 농산업 인력양성 방안 - 정선옥 충남대 교수

“백년대계(百年大計) 위한 인력양성체계 개선해야”

4차 산업혁명 수요인력 지속증가…관련학과 수요인력 턱없이 부족
조직·인력보강·협업체계 등 정부차원 인력양성 정책개발 서둘러야

정선옥 충남대 교수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농산업과 인력수요
4차 산업혁명은 인간, 사물, 공간의 모든 상황과 데이터가 수집, 축적, 활용되는 새로운 산업패러다임으로 규정되고 있으며, 디지털, 물리학, 생물학 등의 경계가 없어질 정도의 융합기술 혁명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기술로 로봇,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일컬어진다. 1970년대 이후 3차 산업혁명으로 공장 자동화에 투입된 기계, 로봇과 달리 2020년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계가 정보를 기반으로 능동적으로 판단해 작업을 수행하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농업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가 예상된다. 농업생산 분야에서는, 첨단융합기술 기반이 투입되는 식물공장, 동물공장 등 스마트팜기술과, 정밀농업기계 등이 확대될 것이다. 농업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지능형 농기계, 원예 및 축산 로봇의 상용화가 필요하게 된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토지 및 작물 생육정보에 기반을 둔 정밀농업형 농업생산시스템이 발전하게 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농업정보서비스를 통해 작물재배 및 시장현황을 분석해 출하시기를 조절할 것이다. 유통 및 소비분야에서는, 고령화, 1인가구 확대에 따라 맞춤형 농산품주문에 맞는 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다. 농산물의 전자거래, 이력추적관리 등이 더욱 발전할 것이며, 온라인과 모바일 판매에 의해 유통단계가 단순화될 것이다. 농산업분야가 변화함에 따라 인력수요 또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농업생산, 가공, 유통분야 뿐 아니라 관련 기자재 산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기존에는 생산에 대부분의 인력이 필요했으나, 향후에는 생산인력은 감소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향후 농산업의 인력은 주변 첨단기술을 융합해 농업에 적용함으로써 편리하고 농업생산방식의 변화와 농축산물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 정밀농업, 스마트농업의 국내외 동향
농산업분야의 4차 산업시대를 견인할 대표적인 농법으로 ‘정밀농업’, ‘스마트농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정밀농업과 스마트농업은 많은 부분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밀농업은 노지, 스마트농업은 시설농업에 대한 전략으로 오해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정밀농업은 비교적 역사가 길고 학문적으로 정립되어 있는 개념인데 반해, 스마트농업은 최근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밀농업과 스마트농업 모두 최근 수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는 분야지만, 선진국에 비해 그 기술개발의 역사와 내용이 미흡한 실정이다. 정밀농업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미래 농업전략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정밀농업의 기본개념은 농경지와 작물생육 특성이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그 변이(variability)에 대한 정보를 활용해 위치 특성에 따른 농경지 및 작물생육관리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지 식량작물을 중심으로 적용되던 정밀농업기술이 2000년대부터 노지 과수뿐 아니라, 시설원예, 시설축산, 수산 등 각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정밀농업에 적용되는 기술은 2000년대 이전까지는 센서, 제어 등 전기전자기술이 대부분이었다면, 2000년대부터 근거리 무선통신, 스마트폰, 드론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적용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밀농업의 구현은 각 국가, 작물, 농가여건, 기술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미국은 농경지로부터 유출된 질소비료에 의한 수자원 환경오염에 대비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정밀농업기술을 발전시켜 왔으며, 노지 식량작물 뿐 아니라 과수 등 특용작물 재배농가에서도 해당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현장적용 수준은 지역과 기술에 따라 다르지만 2015년 기준으로 정밀농업기술이 전체농업 재배면적의 67%에 적용되고 있으며, 2018년에는 71%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은 각 국가별 특성에 맞게 축산, 원예, 수산분야로 확대되고 있으며 정밀농업 기법으로 생산하는 농가와 농산품에 친환경인증을 한다. 최근에 ‘ICT-Agri’및 ‘Samrt Agri-Food’프로젝트를 추진해 농업생산의 스마트화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기술수준이 비교적 유사하지만, 정밀농업기술의 실용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보다는 각종 센서와 제어장치를 탑재한 정밀농업형 농기계를 판매하고 있다. 농업기계와 ICT기술이 연동된 영농서비스지원시스템이 활발히 보급되고 있으며 구보다의 KSAS시스템은 약 900여대가 보급됐다. 총리 주관의 ‘농업정보창출, 유통촉진전략’을 추진하면서 국가적인 추진력을 얻고 있다.
중국은 일반 농민들의 정밀농업 도입수준은 매우 미흡하지만, 국영농장을 중심으로 요소 및 시스템기술이 농업현장에 보급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원천기술 및 현장적용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정밀농업 개념이 도입됐으나 요소기술개발이 기술적으로 크게 발전하지 못한 원인은 정밀농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선진국에서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보급단계에까지 오는 동안, 우리나라는 1990년대 유기농업, 친환경농업, 2000년대 정보화농업을 추진하면서 첨단기술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2010년대 ICT농업, 정밀농업, 스마트농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장기적이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하기보다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정책과 R&D가 추진되는 것이 현실이다.

◇ 농산업 인력양성체계 및 문제점
농산업 인력수급 구조를 살펴보면, 인력수요처는 생산현장, 기자재 및 가공산업체, 공공기관 등이며, 공급처는 고등학교 및 대학교, 공공기관, 사설기관 등이다. 농과계 고등학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6년 37개교에 불과하고, 특히 4차 산업혁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농업기계 관련학과는 전국에 14학급, 333명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농업기계 기능경기대회에 참석하는 인력은 매년 150명 수준으로 전국적인 수요를 고려하면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농학계 대학(국립9, 사립1)의 학부 입학정원은 5000명 이내이며, 이 중 농산업분야 취업자 수는 15% 수준이다. 국가기술자격증은 농기계운전기능사, 농업기계정비기능사, 농업기계산업기사, 농업기계기사 등 4개 자격증이 있으며, 최근에 응시자와 합격자가 약간 증가해 각 자격증별 매년 수백 명이 응시하고 있으나, 현장수요를 고려할 때 활성화가 시급한 수준이다.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는 농산업 교육은 2017년 기준으로 농촌진흥청 역량개발과에서 수행하는 166개 과정 2만7630명, 지방 농촌진흥기관에서 수행하는 954개소, 124만명 수준이다. 추가적으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실시하는 관련 교육사업이 있다.
지금까지 간단하게 살펴본 고등학교, 대학교, 공공기관의 농산업 인력양성체계에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농산업 교육인력의 양적인 감소이다. 미래사회에서 농산업의 중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양성되는 인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각 교육주체간의 협업의 부재이다. 대학교육과 졸업 후 현장교육이 내용상 차이가 있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의 협업을 통해 자원과 비용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내용이 매우 미흡하다. 교육현장에서는 기본원리에 충실해야 하는 면도 존재하지만 향후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 농산업 인력양성체계 개선방안
우리 농산업환경은 자유무역확대에 따른 농업강국과의 경쟁확대, 농촌인력부족, 농축산기계의 국내 수요확대 등 장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50% 정도이고, 주곡인 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식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미래농업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정밀농업 및 스마트농업 관련 기자재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농업기계 세계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급속히 증가해 2023년 약 3000억 달러로 전망된다. 정밀농업 세계시장은 2022년에 64억 달러로 전망된다. 스마트팜 국내 시장규모는 향후 2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려운 국내농업의 현실을 극복하고, 농업선진국으로 발전하고 세계농업 기자재시장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부족한 노동력, 작은 농지규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노동력절감, 농사 편이성향상, 생산성 및 품질향상이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농산업 인력양성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이며, 오랜 시간 이후에 결실을 보는 장기적인 정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력양성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첫째, 고등학교 및 대학교육을 질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 교육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최신기술을 교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교육부 또는 농식품부의 인력양성 지원사업을 통해 낙후된 실험실습시설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융복합 교과목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공공기관 교육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중앙 및 지방 농촌진흥기관에 정밀농업, 스마트농업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조직과 인력보강이 필요하다. 농촌진흥기관 및 농가교육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교재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셋째, 교육주체간에 협업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 농업기술원을 중심으로 지역의 고등학교, 대학과 함께 협업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프로그램 및 교재개발, 시설활용 등 농산업 인력양성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력양성은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의 결실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는 우순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사례를 본받아 농산업이 미래에도 지속성을 유지하고,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인력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밀농업, 스마트농업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농산업 변화에 필요한 인력양성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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