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조사보고서 확대시행, 유보쪽으로 가닥

정부가 마침내 농협의 농기계은행사업과 계통사업의 최저가입찰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기로 했다. 농식품부 담당과장은 지난 16일 본지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농협의 최저가 입찰제가 제도상으로는 문제될 소지가 없지만 농업의 후방산업인 농기계산업의 근간과 사후봉사의 질을 떨어뜨릴 소지가 높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조만간 해법마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지난 9월과 10월 이해관계자인 농협과 종합형업체 본부장, 농기계유통조합 대표를 함께 불러 의견을 청취하고, 상호 적정한 선에서 타협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그래도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주어진 감독권한과 재량권으로 직권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다음달까지 최저 가입찰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사전조사와 대안마련을 마무리 짓고, 필요할 경우 공청회 등을 통해 정책대안의 필요성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너무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농협의 최저가입찰시행으로 2011년부터 유통시장 혼란이 초래돼 사후봉사업소의 채산성이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데다 농민의 가격불신까지 심화돼 시장의 신뢰성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이와 더불어 신경분리를 통해 경제사업의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농협의 입장에서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고 있어 절충선 마련을 위한 관계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봉순 농기자재정책팀장은 “농협도 엄연한 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사후봉사업소의 입장만을 들어줄 수는 없다”고 선을 긋고, “다만 최저가입찰제로 인한 폐해가 결국 농민에게 악영향을 줄 소지가 높기 때문에 시장안정과 농민보호 차원에서 정부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한편 농기자재정책팀은 이와 함께 가격표시제와 원가조사보고서 제출제도에 대한 손질도 불가피하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즉 가격표 시제는 원안대로 올해 말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내년 1월1일부터는 지자체와 가격표시 불이행에 대한 단속을 펼쳐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다만 원가조사보고서의 경우에는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이행하고 있는 업체수가 극히 적고, 내년부터 전면시행할 경우 제도 수행이 어려운 영세업체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됨에 따라 확대시행을 유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계관계자는 “정책집행은 일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제도시행 몇 개월만에 또다시 실효성 논란에 빠지는 것은 스스로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정책마련을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문제가 있는데도 나서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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