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기종 원가자료제출도 13건에 불과해 ‘실효성’의심

올해 7월1일부터 트랙터·콤바인·승용이앙기 등 7개 기종과 부품에 대해 농기계가격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시행 4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군데도 이를 지키고 있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영이 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4월 농업기계가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농업기계 및 부품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을 고시하고, 올해 7월1일부터 트랙터, 콤바인, 동력이앙기, 동력이식기, SS기, 농업용 동력운반차, 트랙터 부속작업기 등 7개 기종과 1만원 이상의 부품 등에 대해서도 판매가격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올해 말까지는 계도기간으로 두고 내년 1월1일부터는 집중단속을 벌여 이를 위반하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본지에서 전국 농기계대리점 30여곳을 표본조사 해본 결과, 단 한곳도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다들 지키고 있지 않은데 나만 나서서 가격표시를 지켜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고, 경기 화성의 모 대리점은 “당장 급한 수리정비에도 손이 부족한데 언제 그런 것을 하고 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또한 강화의 모 대리점 대표는 “제도시행 초기 몇몇 제품에 가격표시를 해두긴 했지만 농민과의 흥정에 따라 고무줄 가격이 되기 때문에 가격표시의 의미가 없다”고 평가하고, “실질적으로 융자지원을 신청할 때는 본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권장소비자가격으로 다들 올려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전북의 모 대리점 대표는 “이제는 대통령의 명도 영(令)이 안서는 판인데 누가 그런 지시에 따르겠느냐”고 반문하고, “가격표시는 현장의 실상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감독당국인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기계유통조합을 통해 적극적인 계도와 홍보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예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는 지자체와 합동으로 강력한 단속을 펼쳐 제도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올해 7월1일부터 5개 기종에 대해 먼저 시행에 들어간 신규모델 등록시의 원가조사보고서 제출은 3개 지정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30여건만이 신청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농기계조합에 접수된 5개 기종의 접수건수는 1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원가조사보고서 제도시행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구심이 들게 하고 있다.

선태규  editor77jin@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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