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아침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이리 반가울 수가 없다. 새삼 계절의 소중함에 감사함을 느끼다가도 너무나 힘겨웠던 올 여름날씨를 생각하면 아직도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폭염특보제가 시행된 2008년 이래 처음으로 올해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내가 있는 경북 김천은 7월25일 기온이 36℃까지 치솟으며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 열대야가 이어졌다.

기상청이 대구 주변지역의 기온이 35℃라고 밝힌 날, 나는 김천의 집에서 온도를 재봤는데 많게는 41℃도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측정방법이 각기 다르겠지만 나는 문구사에서 판매하는 일반온도계(가정용)를 사용했다. 직접 온도를 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폭염에 예민해졌다.

작년까지는 10년된 에어컨을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사용했었다.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2시간 이상 틀면 멈추곤하는 에어컨으로는 버틸 수 없어 새 것을 장만했다. 틀다 잠시라도 끄면 금세 더워져서 견디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하루 10시간 정도 에어컨을 틀면서 버텨야 했다.

이후 한전에서 보낸 8월분의 전기요금 청구서에는 49만8390원이 적혀있었다. 숨이 턱 막혔다. 사용량이 943㎾h으로 나왔는데 같은 사용량의 영업용 전기요금은 20만원 내외라고 한다. 한전은 가정용 전기사용량을 6단계로 구분하고 최대 11.7배의 누진율을 적용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전기요금 누진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누진율이 최대 1.4배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누진율은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한전이 서민들에게만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한전 김천지점 지사장이 “정부에서 20% 할인금액을 9월 요금에 적용한다”고 전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서민들의 울분을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전의 독점은 끝나야한다. 소수의 대기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일본처럼 수백개의 업체를 경쟁시키면 한 두개의 기업이 요금체계를 휘젓는 독단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전기료 논란을 가라앉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어쨌든 다행히 가을을 맞이했다. 기분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 전기요금 명세서를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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