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가축 전염병 매몰지의 56%가 표준규격이 없는 플라스틱 저장조(FRP)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2차 가축전염병 감염과 환경오염 등의 대책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1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가축 매몰지 조성방식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4조에 따라 농식품부가 관리 중인 매몰지 총 1268개소 중 표준규격 없이 매몰된 FRP저장조 매몰지는 총 716개소로 약 5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205개소, 경기 185개소, 충남 147개소, 충북 11개소 순인 것으로 파악됐다. 

FRP저장조 매몰방식은 섬유강화 플라스틱 재질의 저장조를 땅에 묻고 사체와 발효균 등을 저장조에 넣은 후 입구를 밀봉한다. 농식품부는 빠른 매몰처리가 가능하고 침출수 유출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일반매몰, 미생물매몰, 액비저장조 등 타 매몰방식과 달리 FRP저장조 매몰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FRP저장조 표준규격 미비로 지자체별로 재질, 두께, 강도 등 서로 다른 FRP저장조를 사용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FRP저장조 매몰을 시작한 지난 2014년부터 작년까지 구제역으로 20만7000두, AI로 약 6284만8000수를 살처분하면서도 FRP저장조 표준규격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 그나마 올해 3월이 돼서야 FRP저장조 표준규격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채택했지만, FRP저 장조 취급업체들은 지난 3년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로부터 매몰지용이 아닌 정화조용 FRP저장조 공인규격을 적용해 제품인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영세업체들은 두께가 더 얇아 파손우려가 큰 FRP저장조를 생산하면서도 정화조용 FRP저장조 제품인증조차 받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완주 의원은 “표준규격도 없이 매몰된 716개소의 FRP저장조가 땅 속에서 파손되지 않았는지 즉각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면서 “FRP저장조 표준규격 마련을 최대한 앞당겨 2차 가축전염병 감염과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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