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시제’는 유지…단속계획 없어 사실상 폐기수순

융자지원기준은 여지 남겨…가격거품 논란 계속될 듯

지난달부터 대폭 개정이 추진된 ‘농업기계 구입지원사업 시행지침’ 개정이 전면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음 달부터 시행 예고된 ‘원가조사보고서’ 제출의무도 폐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농기계 가격안정을 위해 논란이 되고 있는 농기계구입지원사업과 관련 정부지원대상 농기계 융자지원한도액 조정, 농기계공급지역 완화, 농협 중앙정산제도 개선, 원가조사보고서 제출, 농기계 공급자격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작업을 추진해왔다.

이미 오는 7월1일부터 원조사보고서 제도시행이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달말까지 관련규정을 손질해 농기계가격 투명성 확보와 농기계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산업체 당사자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개정의 실익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개정을 유보하고, 7월1일부터 시행예정인 원가조사보고서 제출제도에 대해서도 전면 백지화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작업을 통해 정부지원대상 농기계의 지원한도액을 현행 기종별, 규격별로 개별 지원하던 방식에서 영농경영체별로 종합적인 농기계 구입융자금 한도를 정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할 계획이었지만 영농규모, 작목별, 이용조직, 매출 등의 한도액을 정하기 위한 객관적인 기준마련이 쉽지 않아 기존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융자지원인 만큼 한도액 설정은 농가의 생산성 기여도와 실효성을 따져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사후봉사이행보증제도의 폐지를 추진해 농기계 공급자가 공급지역 제한없이 전국 어디든 공급할 수 있도록 완화하려던 방침도 사후봉사 부실로 인한 농민의 피해가 우려돼 현행방식을 고수하기로 했다.

농기계 판매대금 결제와 관련해 판매자가 수수료 1%를 부담하고 농협의 중앙정산제도를 통해 판매대금을 지급받던 방식에서 판매자가 기대 인도 시 직접 농민에게서 판매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하려 했으나 본사와 대리점의 여신한도 영향, 채권추심의 부실화 등의 문제가 예상돼 당초의 농협 중앙정산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다음달 1일부터 시행을 앞둔 트랙터, 콤바인, 승용이앙기 등 3개 기종에 대한 원가조사보고서 제출제도에 대해서는 국내업체와 수입업체의 형평성과 통상마찰의 우려가 있어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농기계 및 부품 가격표시제의 경우에는 농기계 유통질서 문란행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그대로 존속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매출감소에 따른 어려움 및 홍보계도 부족 등을 감안해 단속계획를 마련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폐 기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4월 농기계가격 신뢰성 회복을 위해 모든 농기계와 부속작업기에 대해 원가조사보고서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영세작업기 업체들의 반발에 부딪쳐 지난해 7월부터 트랙터·콤바인·승용이앙기·로타베이터·로우더 등 5개 기종으로 축소해 제도를 추진 한바 있다.

이어 작업기업체들의 반발과 국내 및 수입업체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치자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유예기간을 두고 7월부터 트랙터·콤바인·승용이앙기 등 3개 기종으로 다시 축소해 원가조사보고서 제출제도를 강행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되면 서 농기계 가격거품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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