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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토크] 농기계산업의 미래, R&D에 달렸다“ISOBUS 기술표준 위한 공론화 서둘러야”

세계 각국은 식량확보 및 지속가능한 농업영위를 위해 디지털농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유럽 각국 및 미국은 데이터 관리를 위한 관재수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자율주행트랙터·농업로봇의 상용화에 있어서도 세계 농기계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에 더해 향후 디지털농기계로 인증받지 않은 농기계에 대해서는 수출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이후 스마트팜·정밀농업 등을 통한 디지털농업을 확산하기 위해 정부주도로 R&D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의 국내 농기계산업 구조로는 속도감 있는 농업선진국의 디지털농업 전환속도를 따라잡기에는 힘이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디지털기술은 기술선점이 매우 중요하다. 기술종속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출시장 개척은 물론이고 내수시장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농업기계에 대한 R&D투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한정된 재원으로 R&D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아 농기계산업의 각 분야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 농기계산업의 당면 현안들을 진단해보고 향후 추진과제에 대해 격의없는 토론을 진행했다.

 
[신년토크 참석자]
• 정상진 발행인(본지)
• 최승묵 서기관(농식품부)
• 김용주 교수(충남대학교)
• 김재동 대표(두루기계통상)
 
 

“ISOBUS 기술표준 위한 공론화 서둘러야”

트랙터-작업기 데이터통신 제조사별 제각각으로 범용성 없어
선진각국 AEF인증제도로 무역장벽 추진예정···신속 대응해야
 

◇정상진 발행인 :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이후 제4차 산업혁명이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농업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농업으로의 전환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유럽 및 미국의 농업선진국은 디지털농업이 가능한 디지털 농업기계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고, 글로벌기업들은 기술선점을 위해 R&D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디지털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대로 안주하다가 우리 안방마저 글로벌기업들에게 내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최승묵 서기관 : 디지털농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해 디지털경제, 디지털농업의 필요성에 대해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다만 디지털농업의 중요성을 체감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직접 체험하면서 노동력절감, 생산성증대 등 피부에 와닿기 위해서는 소득증대로 이어져야만 실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2016년 이후 다양한 스마트팜·정밀농업 등의 R&D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단순히 핵심기술 개발에만 국한하지 않고 현장활용성에 초점을 맞춰 R&D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김용주 교수 : 이미 유럽과 미국은 오래전부터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10년부터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제조업 혁신정책을 통해 온라인 물리시스템 기반의 스마트 공장구축을 추진해왔고, 농업분야로는 ‘농업 5.0’을 통해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농업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농업 4.0’ 정책을 통해 농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디지털농업으로의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정부차원의 지원도 크지만 글로벌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존디어社는 한해 R&D투자액만 해도 20억달러 가까이 되고, 이미 2010년부터 농업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자사 트랙터와 작업기를 활용해 농작업을 할 수 있도록 상용화하고 있다.

◇ 김재동 대표 : 산업계, 특히 영세한 밭농업기계 제조사 입장에서는 디지털 농업기계라는 단어가 매우 생소하고 낯설기만 하다. 전통적인 기존 농업기계 위에 기능을 높이고 자동화를 통해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농기계를 디지털 농업기계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언론홍보 등을 통해서 데이터에 기반한 농업기계라는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를 어떻게 탑재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못잡고 있다.

◇김 교수 : 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농업은 농업현장의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 가상공간에 저장해 두고 트랙터가 이 플렛폼을 활용해 작업기에 각종 명령을 내려 농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반대로 작업기의 작업결과를 트랙터에서 집계해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업기는 트랙터와 통신이 되어야 하고, 데이터 상호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제어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을 디지털 농업기계라고 한다. 아직 국내에는 디지털 농업기계라고 마땅히 내세울 만한 제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 서기관 : 디지털경제로 넘어오면서 산업간의 경계가 무의미해졌다. 산업간의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ICT·BT·NT는 물론이고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증강현실(AR)·메타버스(Metaverse)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농업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산업전반의 기반기술 및 요소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초 인프라도 구축해야 하고, 요소기술 개발도 해야 하고, 실증단지를 통한 신뢰성 확보나 인력양성도 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별로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전국 4개 지역에 농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팜혁신밸리를 이미 운영중이고, 첨단 무인자동화 생산단지에 이어 지난해부터 친환경 수소트랙터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국비 1200억원이 투입되는 지능형농기계실증단지 사업이 추진된다. 또한 7년간 3876억원이 투입되는 스마트팜다부처패키지 사업을 통해 다양한 농기계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발행인 : 디지털농업의 핵심은 데이터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초적으로 데이터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기술표준이 필요한데 아직 이에 대한 정부의 교통정리가 안되어 산업계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트랙터와 작업기가 서로 통신할 수 있는 프로토콜인 ISOBUS의 경우에는 트랙터 제조사별로 기술적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타사의 작업기와 호환이 안되는 문제점이 있다. 작업기의 범용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농업인의 활용이 불가능할 것이고, 제조사별로 막대한 비용발생이 되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에 있어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국내 본기 및 작업기업체의 경쟁력 약화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김 교수 : 트랙터를 포함한 농기계의 터미널간 데이터 교환을 위해서는 통신 프로토콜인 ISOBUS는 필수적이다. 유럽과 미국은 이미 협회를 구성해 트랙터와 모든 작업기의 ISOBUS 기술표준을 적용해 데이터관리가 가능하다. 이에 더해 자기들이 만든 기술표준을 적용한 ISOBUS를 탑재한 농기계에 대해 AEF인증을 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유럽시장이나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AEF인증을 받아야만 수출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 서기관 : 우리나라 농기계수출은 우리 농기계산업을 발전시켜주는 버팀목이다. AEF인증을 받아야만 수출계약이 이뤄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 R&D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능형농기계 실증단지사업으로 AEF인증부분을 포함해 추진하면 되지 않겠나. 또는 현재 농진원에서 OECD 트랙터코드 가입을 통해 상호 트랙터검정기준을 맞추듯 AEF에 우리나라가 가입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나.

◇김 교수 : 불가능하다. AEF인증은 작업기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종기를 유럽에 수출하고 싶다면 유럽 내의 4개소(독일2, 프랑스1, 이탈리아1)의 AEF인증센터에 파종기를 가지고 가서 본기와의 통신 테스트를 합격해야만 인증서가 발급된다. 본기인 트랙터는 글로벌기업의 대표적 트랙터로 한정하고 있는데 섭외하는 비용까지 모두 신청자 부담이기 때문에 수천만원, 유럽까지 물류와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2~3억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국내 디지털농업 보호를 명목으로 기술선점을 한 선진 각국의 진입장벽으로 이해하면 된다.

◇김 대표 : 작업기 업체 입장에서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이야기다. 작업기업체 대부분은 규모가 작은 내수시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수출을 통해 볼륨을 키워 제품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인데 수출길이 막힌다면 국내 농기계산업 기반자체의 존립도 위태로울 수 있다. 대안은 없나.

◇김 교수 : 당장 규제에 들어가는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몇 년 안에 AEF인증제도가 수출입에 적용될 것이 확실시 된다. 그 안에 우리도 ISOBUS 기술표준화와 AEF인증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발행인 :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EIMA 2022’ 박람회에 전시된 파종기·정식기·수확기 등의 밭농업기계의 절반은 ISOBUS가 탑재되어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는 것을 봤다. ISOBUS의 기술표준은 이미 유럽에서의 데이터농업을 위한 대세로 자리잡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우리 작업기 업체들이다. 작업기 업체들은 아직 데이터농업은 고사하고 트랙터와 연결할 때 필요한 ECU를 위한 CAN기반의 통신표준에 대해서도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업기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ISOBUS의 기술표준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최 서기관 : 정부에서는 지정된 기술표준에 대해서는 한국품질인증표준원을 통해 업무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민간기업의 기술표준에 대해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을 규제에 해당할 수 있어 민간기관에서 기술표준을 마련하고 정부에서 인증을 해주는 방법이 있다. 그럴 경우 민간기관이 민간기업들의 기술수요를 잘 판단해 합리적인 기술표준을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 대표 : 트랙터 제조사들은 각자 자사의 ISOBUS 기술을 표준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민간기업은 기업보호를 위해 절대 스스로 기술공개나 자료공유를 할 수 없다. 트랙터 제조사별로 우호적인 작업기 협력사와만 ISOBUS 기술을 공유하려고 들 것이다. 작업기의 범용성과 기술공유를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기술표준화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만일 정부기관이 나서기 어렵다면 정부기관이 감독하고 농진원이나 농기계조합 등에서 자체적인 기술표준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김 교수 : 민간기구로 협회를 설립해 ISOBUS 기술표준 마련 및 AEF인증 대행업무를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작업기 업체에서 개별적으로 유럽에 직접 가서 AEF인증을 받으려면 시간과 경비, 투입되는 노력 등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걸 협회를 통해 인증업무를 대행하면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면서도 인증성공률을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농기계R&D 체계적 관리 위한 전담기구 필요해”

중복투자·단발성 재원낭비 막고 사후관리·자료축적 필요해
한정된 재원 ‘선택과 집중’ 필요, 인력양성 시스템 마련도

◇발행인 : 세계 농기계시장 규모가 약 1200억달러인데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을 포함해서 약 35억달러로 3%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세계 농기계시장에 주력국가로 진입하는 것이 제한적이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의 강점을 좀 더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R&D투자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 강점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기술 위주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R&D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발성으로 집행되는 사업이나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는 체계적인 R&D관리가 가능한 전담기구 마련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김 교수 : 디지털농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반설비와 인프라, 핵심 요소기술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농업기계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에 대한 학습과 훈련을 하는 제조사들이 늘어나야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있다. 그 위에 정부의 R&D지원과 투자가 이뤄질 때 비로소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인력양성을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R&D인력은 기업이나 대학의 노력만으로 절대 해결될 수 없다. 다양한 양성시스템과 유인책이 마련되어야만 R&D 투자효과가 빛을 발할 수 있다.

◇김 대표 : 정부 부처별로 산재되어 있는 농기계관련 R&D 과제를 살펴보면 중복되거나 시의적절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또한 R&D 과제종료 후에도 자료공유나 활용성에 있어서도 재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국가재원의 낭비이자 국민세금의 낭비다. 또한 최근의 기술발전 추이를 봤을 때 기업이 단독으로 모든 기술을 습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R&D지원을 통해 향상된 기술이 축적되고 더욱 업그레이드 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 및 추가지원을 할 수 있는 전담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실감한다.

◇최 서기관 : 오늘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특히 농기계수출의 장벽으로 제시된 ISOBUS의 기술표준에 대해서는 좀 더 쉽게 풀어갈 수 있는 해결방법들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R&D 지원체계와 전담기구 설치부분은 관련법과 부처간의 이해충돌이 있어서 쉽지않은 부분이지만 사회적인 공감대만 충분하게 마련된다면 충분히 공론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는 아이를 외면하는 가족이나 부모가 없는 것처럼 정부는 지속해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해결사항을 요구하면 합리적인 범위내에서는 들어줄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앞으로도 가감없는 지적과 대안제시를 부탁한다.

<정리=신두산 기자>

신두산 기자  sds3766@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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