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기계산업은 1978년에 제정된 「농업기계화촉진법」의 영향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주곡자급의 농업기반 마련은 물론 연간 시장규모가 2.2조원 규모로 커졌고, 2018년부터는 농기계수출도 10억달러를 넘어섰다. 농기계 생산업체도 600여개사에 이르고 종사자만해도 2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세계 농기계시장은 2019년 1404억달러, 2021년 1568억달러, 2025년 1913억달러, 2030년에는 2431억달러 등 연평균 5.1%의 고도성장이 예상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 농기계산업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문제는 우리 농기계산업의 미래전망이 앞으로 더 어둡다는 점이다. 선진 각국은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혁신을 거듭하며 IT 기반 복합제어기술을 적용한 고부가가치 첨단농기계 개발을 통해 기술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어 시장잠식은 물론 기술종속마저 우려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 농기계산업의 몰락(?)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행히 최근 한국농업기계학회 주도로 한국 농기계산업의 현황을 진단해보고 세계시장과 비교해 산업경쟁력을 좁힐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농기계산업의 환경적 분석부터 시장동향, 산업경쟁력 분석, 전문기관의 필요성과 역할, R&D 강화방안, 전문인력 양성, 정책마련 및 지원방안 등 한국 농기계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방안이 총망라되어 우리 농기계산업 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본지는 연간기획으로 5회에 걸쳐 ‘한국 농기계산업 고도화 방안’에 대한 용역보고서 내용정리와 연구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일반기계 산업에서의 농업기계

국가 기계산업무역통계연보를 발행하는 한국기계산업진흥회(KOAMI)에 따르면, 기계산업을 일반기계, 전기기계, 정밀기계, 수송기계, 금속제품의 5대 업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농업기계는 일반기계 내에 ‘농업 및 임업용 기계’로 분류된다. 일반기계 구분 내에는 내연기관 및 터빈, 유압기계, 가공공작기계, 건설광산기계, 섬유기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산업용 로봇 등이 포함되어 있다.
2020년 수출입 규모 면에서 일반기계의 기타를 포함한 25개 업종 중 농업기계는 12번째. 반도체와 펌프 및 압축기 등을 제외하면 농업기계와 비교가능 분야는 건설기계, 공작기계, 산업용 로봇 분야. 섬유기계의 경우 섬유산업과 연동한 산업으로 섬유기계산업보다는 ‘섬유산업’으로 분리하는 경향이 있다.
2019년과 2020년 수출입규모 비교시 건설기계-공작기계-농기계-산업용 로봇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에서 농기계는 수출규모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기계 시장규모는 Freedonia 보고서를 근거로 추정했을 때, 2019년 전세계 산업규모는 건설기계 2027억달러, 공작기계 842억달러, 로봇 257억달러, 농기계 1405억달러로 건설기계시장 다음으로 두 번째로 산업규모가 크다. 2018년 국내 시장규모는 건설기계 2.2조원, 공작기계 3.9조원, 로봇( 제조로봇+서비스로봇만 포함) 3.5조원, 농기계 2.3조원으로 나타난다.

▶일반기계 산업에서의 농업기계
건설기계산업의 경우 독립된 전문연구기관으로 건설기계부품연구원이 2014년 전북 군산에서 개원했고, 생산기술연구원 산하 건설기계기술센터를 경북 경산에 설립해 2개의 큰 연구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농업기계산업의 경우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시스템 안전연구본부 스마트산업 기계연구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북본부 지능형농기계연구그룹에서 R&D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타 산업에 비해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내의 농기계 관련 R&D 지원조직은 아주 미흡한 편이다.
2018년 농기계산업 분야는 1000억달러가 넘는 세계시장과 2조원이 넘는 국내 시장규모를 보이고 있다. 세계시장의 규모가 크고, 국내 농기계 업체의 지속적 기술개발로 농기계 산업의 지속 성장 가능성이 높으나, 농기계 관련 전문 연구기관이 없는 실정이다. 농기계산업은 시장규모에 비해 전문 연구기관 부재로, 농기계산업 성장을 위해 전문 연구기관에 의한 체계적인 R&D 및 정책 지원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 세계 농기계시장 규모는 2022년 약 1700억달러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된다. 또한 국내 농기계 수출도 지속적인 성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시장 규모와 수출규모 측면에서 비교가능한 건설기계산업과 로봇산업의 경우 정부출연 연구기관, 전문생산기술연구소를 보유하고 있으나 농기계 산업의 경우 전무한 편이다. 국내외 산업 환경과 관련 시장정보를 분석해 농기계산업의 성장 및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제시할 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농기계 분야 매출만 고려할 경우 2019년 매출 순위는 John Deere-Kubota-CNH-AGCO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5위 기업인 독일의  CLAAS는 매출 5조원, R&D 투자가 3180억이나, 한국 주요 농기계 기업 합계 매출은 CLAAS에 비해 45%, R&D 투자는 13% 수준으로 비교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농기계시장에서 선진국 농기계 산업계 및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간 협력을 유도하고 전문기술기업 육성으로 산업계를 지원하는 등 국내 역량을 결집시킬 중심기관이 필요하다.
농기계 분야에 신기술이 도입되고, 기술이 융복합화되어 개발 시간과 투자비용이 막대해짐에 따라 국내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기술의 연장선상에서 기술 발전을 고려해 선진 업체와 경쟁에 필요한 기술개발 Road-map 준비 및 관련 R&D의 선제적 수행으로 국내산업을 지원할 기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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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기계진흥원 설립추진 노력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한국농업기계진흥원 설립 타당성 연구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가칭)(재)한국농업기계진흥원이라는 농기계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중심기관 설립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이 같은 설립 시도 배경은 2016년 국회 농식품위 소속 이개호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업기계화촉진법 일부개정안(20160919)’에 의해 ‘농기계의 효율적인 연구체계 확립을 위해서 국립농기계연구원(한국농업기계진흥원) 설립으로 분산된 기관과 시설을 통합하여 효율적인 연구체계를 구축’이라는 근거조항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최종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첨단농자재육성팀, 교육훈련지원과) 및 산하기관(농공학부,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3기관(12개 과·팀·그룹)의 조직을 통폐합해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무분장에 있어서 분산된 기능을 조직 통합으로 재편해 기존 수행업무를 재배치함으로써 효율적인 R&D 수행, 특히 R&D부서는 통폐합에 따른 정원확대로 연구영역을 확대(재료·플랜트·내구성)하고, 검정부서는 ICT기자재 검정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농기계산업 고도화를 위한 중심기관의 역할
농기계산업 고도화를 위한 중심기관이 설립되엇을 경우 중심기관의 역할은 R&D 및 관련 업무 수행뿐만 아니라 농기계산업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하면서 농기계산업 고도화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역할로는 농기계산업 고도화를 위한 정책지원과 R&D 기획·수행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의 농기계산업 관련 정책수립에 필요한 자료의 준비 및 자료 제공으로 농기계산업의 성장과 견인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R&D 기획과 관련해서는 농기계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단기, 중기로 구분해 Road-map을 작성하고, 자체적으로 대형 장기 소요 R&D 수행 및 정부의 R&D 방향을 설정하고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또한 R&D 수행과 관련해서는 기술개발에 장시간 소요되는 원천기술 및 기반기술 개발은 개별 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이므로, 원천기술 및 기반기술 분야를 일정 비율 이상으로 수행하도록 조정해야 할 것이다.

▶중심기관의 업무영역
△신뢰성 코드 개발·평가 : 세계시장에서 국산 농기계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개발 제품의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
△농기계검정 : 농기계검정은 검정 대상 농기계가 일정 수준의 성능과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사하는 것으로 국내 수요자인 농민들 보호에 기여해야 한다.
△기술개발 주관 : 기존 형태의 농기계를 개발하는 것으로는 국내 농기계 업체는 선진 업체와의 경쟁에서 경험과 자금의 열세로 인해 선진업체의 Fast-follower로서 만족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기존 방식과 다른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시범농장 운영 : R&D 결과물을 검증할 포장과 첨단기술·신기술 영역인 지식기반 연결기반 농장 운영 기술을 축적할 Test bed가 필요하다.
△국내 농기계기업 기술력제고 지원 : 신기술이 적용된 선진사 제품, 시스템, 부품 및 작업기 등을 제품 개발을 위한 벤치마킹 수준으로 비교해 기술 보고서를 작성·제공함으로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제고하는데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업체 육성지원 및 기업지원 : 국내 농기계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품 공용화가 가능하도록 부품과 시스템 전문업체 육성이 필요하며, 전문업체들의 전문기술을 확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전문업체들의 기술력 제고는 농기계산업의 전반적인 기술력 상승으로 이어져 국산 농기계의 품질 및 성능향상이 가능할 수 있다.
△민관협의체 지원 : 현장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논의·검토되고 내용을 정책결정 기관에 전달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정보조사 및 자료공유 지속적 수행 : 시장, 기술, 특허, 법규 등 전 분야에 걸친 정보확보는 유관기관 및 산업계에 아주 중요한 부문으로 수집된 정보를 가공해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타 산업과의 협력 : 기술들의 융복합화로 특정 기술이 특정산업에만 적용되거나, 적용되는 기술의 수준이 차이가 나던 시기가 지나면서 산업간 벽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따라서 타 산업과의 융복합은 필수적이다.
△표준 활동 : 과거에 표준은 수요확대, 원가절감, 기계화, 자동화를 촉진하면서 시장을 주도해 왔다. Global 다국적 기업의 탄생으로 국가간 표준의 단일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표준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도구 및 국가간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면서 표준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의 개도국 지원사업 활용 : 정부에서 개도국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인 ODA는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운영되고 있다. 2020년 ODA 규모는 22.5억달러 규모이며, 이중 무상원조는 11.7억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ODA 사업추진은 보건, 사회인프라, 교통 및 물류 분야 순으로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통계 관리 : 국내 농기계산업에 대한 통계가 정확해야 그에 상응하는 정부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따라서 국가차원의 통계관리를 위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관리가 필요하다.

▶중심기관의 단·중기적 대응 방안
농기계산업 고도화를 위한 중심기관의 주요 역할들 중 많은 부분을 현재 여러 기관들이 나누어 담당하고 있으므로 단기적으로는 이를 더욱 심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중기적으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업무추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농기계산업 중심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신두산 기자  sds3766@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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