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업기계 산업의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곳곳의 난제들이 많이 있다. 밭기반을 정비하여 농기계의 진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 밭의 경사도를 낮추는 것, 작물 주산지를 중심으로 기계화 기반의 생산 규모화 등이 있다고 본다. 또한 밭농사 농가는 규모가 영세해 농기계를 구입할 여력이 없고, 산업체 입장에서는 제품화 비용을 투자할 유인책이 없다는 것이다. 더 많은 문제점도 있겠지만 실용화기술이 산업체의 제품판매 확대로 이어져야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이고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는 선순환 체계를 이루는데 여기서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밭농업기계 개발업체들은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농업에서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시대가 되면서 농기계산업도 변화를 통해 성장하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농업은 농업인의 직감과 경험에 의존했던 농업과정의 의사결정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해 농업생산성과 영농편리성, 품질향상을 도모하는 디지털농업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이는 농촌고령화, 노동력부족, 기후변화 등에 직면한 농업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현하기 위하여 생산, 유통, 소비 등의 농업 전분야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지능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EU의 경우에도 4차 산업혁명기술의 제조업 등에 활용되는 ‘인더스트리4.0’과 구분하기 위하여 농업분야에서는 ‘농업 5.0’으로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기반을 디지털농업으로 명명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미국의 존디어는 농업경기 침체와 제조업 기업의 한계에 부딪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본연의 비즈니스인 농기계가 아니라 농가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판매하는 것이 지속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디지털전환을 시도하여 제조업 회사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농업전문 솔루션으로 기업 정체성을 변화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소수업체들도 디지털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밭농업기계의 기술요소는 단순한 기구·기계, 전기·전자 분야에 국한되다보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전환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많이 품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적 제조산업인 밭농업기계의 경우 디지털농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가?

첫째, 무인화와 자율농작업 연동을 위한 밭농업기계 요소기술의 디지털전환이다.

이러한 디지털농업의 요소기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농경지, 농작물, 농기계 센싱 등을 통해 필드 맵핑, 처방지도 생성, 빅데이터 분석 등을 하는 ‘모니터링 기술’, AI 및 빅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작물의 생육환경에 최적화된 조건을 제공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림으로써 저투입, 고효율 농업이 가능하게 되는 ‘처방(솔루션) 기술’, 트랙터, 농작업기 등 각종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자율작업, 무선제어 등 농작업을 수행하는 ‘농작업 기술’, 수행된 농작업 결과를 기반으로 다음 농번기의 농업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처방지도 및 농업경영 등 농업전반을 분석하는 ‘결과분석 기술’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은 센서로부터 작물, 환경 데이터를 플랫폼으로 받아서 이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하는 것을 디지털농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향후 제어구동은 무인 농작업기, 로봇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에 각종 농작업 하드웨어와의 연동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농작업 기술의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 초기단계는 단순한 제어요소, 센서를 통한 데이터 수집, 제품의 편리성과 기술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점차적으로 무인화와 자율농작업을 연동할 수 있는 기술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 예로 경작지와 농작물에 필요한 비료, 농약, 물 등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공급하는 변량제어 기술, 초음파 또는 LiDAR 등을 이용하여 작물의 높이와 지형에 따라 자동으로 작업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 센서를 이용하여 종자나 묘를 인식하여 결주율을 줄이는 기술, 카메라를 기반으로 잡초를 인식하여 잡초를 제거하는 기술, 농경지 내 미작업 구획과 중복작업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 일정하게 심어진 농작물은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하여 수확 시 손실률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있다.

밭농업기계 디지털전환 요소기술 사례 -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적용된 휴먼(고령자 및 여성 친화) 농작업 플랫폼(우), 센서기반 예취부 자세제어로 수확 손실률을 최소화한 자주식 배추수확기(좌)(밭농업기계개발연구센터 개발 중)

둘째, 밭농업기계 산업기반 조성 및 기술지원을 위한 플랫폼의 디지털전환이다.

밭농업은 작목, 지역, 방식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밭농업기계도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1개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다년간에 걸쳐 설계, 제작, 농가테스트를 통해 제품개선과 성능을 높여야 하는데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사용농가들은 비싼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지 못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이는 대부분의 밭농업 작업기계나 부품 제조업체는 규모가 매우 열악하고 기술력이 부족하여 시장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도 제품개발을 위해 설계, 제작, 해석, 시험 등 핵심기술 노하우의 부족을 애로사항으로 말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대부분 게임이나 공연에 활용되고 있고 아직 산업기술로 활용한 사례는 거의 없지만 차세대 디지털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이다. 메타버스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D.N.A.)과 디지털트윈(DT), 확장현실(XR)이 결합된 플랫폼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를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가상현실(VR)에서 세계각지 디자이너들과 제품 디자인 협업 및 품평회를 개최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이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제품개발 시간과 비용을 90%이상 절감할 수 있는데,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밭농업기계에 적용한다면 개발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품품질 향상과 양산비용 절감을 통해 빠른 속도로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고, 세계선도 농업기계 업체를 추격하여 수출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밭농업기계 메타버스는 실제 농작업 부하, 농기계 상태 및 성능, 농작업 환경 데이터 등을 이용하여 국내외 농작업 필드 구현을 위한 가상물리환경과 가상과 실제를 연결하는 커넥티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면 각 기업들은 이 가상환경에 접속해서 제품 양산화를 위한 농기계 설계, 구조, 농작업, 조작편의성 검증, 주행 테스트 등을 지원 받을 수 있고, 세계각지에서도 가상환경에 접속하여 원격 자율주행, 정비, 교육, 전시, 바이어상담 등 수출지원도 가능하다. 해외 현지환경을 가상에서 구현이 가능하므로 해외 현지시험 인증을 국내에서 대신함으로써 관련법규 및 규제대응 인증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밭농업기계 디지털전환 플랫폼 사례 - 원격구동 실제 농작업(좌상), 실제 농작업기와 연동한 가상 농작업(우상),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한 원거리 농작업(하) (밭농업기계개발연구센터 개발 중)

셋째, 밭농업기계의 전문화된 교육과 인력양성 시스템의 디지털전환이다.

연구자는 요소기술과 플랫폼의 디지털전환을 위해 밭농업기계 무인화 농작업 플랫폼 설계, 정밀농업 기반 빅데이터 분석과 예측, 시비, 방제, 정식, 수확 등 밭농업기계의 최적화, 머신러닝 적용 지능형 농기계, 관련 소프트웨어 운용이나 데이터 및 통신 표준화 등의 기술이 필요하다. 산업체는 디지털화된 다양한 기종의 검증 안정성확보, 디지털화 제품서비스 관리강화가 필요하다. 농업인은 밭농업기계의 품목, 기종, 형식 등이 다양한 신제품이나 디지털화된 장비에 적응이 필요하고, 농기계임대사업소의 경우 밭농업기계의 디지털화된 정비, 진단에 대한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밭농업기계 디지털화를 위한 전문화된 인력이 없을뿐더러 인력양성 시스템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한 작물별 밭농업기계 농작업 가상 시뮬레이터, 자가진단 정비용 애플리케이션 등 교육장비 및 시스템 개발과 대학, 연구소, 산업체, 농업인, 정비인력 등 통합적으로 디지털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밭농업기계 전문교육센터의 설치도 시급하다고 본다. 

밭농업기계 디지털전환 교육사례 - 밭농업기계 디지털화를 위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교육(좌) 및 아이디어 경진대회(우) 개최(밭농업기계개발연구센터)

이제 먼 미래는 아니지만 밭농업기계 요소기술과 플랫폼, 교육시스템의 디지털전환과 그 해결책인 솔루션이 결합이 되면 디지털농업이 무한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밭농업기계의 디지털전환에 있어 아직 많은 기술개발, 기반조성, 정책이나 법제화 등 갈 길은 멀지만, 한걸음씩 나아갈 때 조금씩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제9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에 어떤 밑그림과 내용이 담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밭농업기계의 디지털전환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