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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밭농업기계화와 디지털농업농기계산업의 디지털전환, 선택 아닌 필수!
【밭농업기계화와 디지털농업】
이강진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장, (사)한국농업기계학회장
 
“예산-인적자원-성과물의 선순환구조 필요”
다품종 소량·다양한 재배환경 등 개발환경 열악···인적·물적자원 한계
센싱기술 발달로 정밀농업기술 보편화···연구개발·인력양성 지속해야

농업 과학과 벼농사 기계화

1962년 식량안보의 사명으로 농촌진흥청이 개청된 이래 농업에 과학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활발하게 이용하면서, 우리나라 농업농촌은 전근대적인 형태를 탈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농업 과학의 발전은 보릿고개로 끼니를 걱정하던 봄철의 굶주림을 벗어나 주곡인 쌀의 자급까지 달성할 수 있게 하였고,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식탁에 오를 수 있게 하였다.

오늘날 우리나라 인구는 약 5200만명까지 증가했으나 경제발전과 도시화로 식량을 생산하는 농지면적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농업인구 또한 고령화되면서도 231만명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풍년과 쌀의 자급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단위면적당 쌀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늘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는 노동력의 부족을 해결하고, 인력이나 축력을 대체할 수 있었던 농업기계공학의 발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자명하다.

가족중심의 노동집약적이었던 소규모의 벼농사에 있어 축력과 인력에 의존하던 농작업은 농업기계의 구입이나 임대, 농작업 대행 등의 방법을 통해 대부분이 기계화되었다. 이제 농업기계 없이 벼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밭농업기계화와 코로나19

그러나 벼농사와 달리 밭농업은 아직 기계화가 약 61.9%로 미흡하여 현장에서의 아우성이 매우 크지만, 기계화가 미흡한 사유는 복합적이다. 밭농업은 대상작목이 매우 다양하면서 작목별 경지면적이 작다. 또 지역별로 토양이나 기후가 다르고,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농업인들의 재배 양식차이를 쉽게 통일하기도 어렵다. 또 농가규모가 영세하여 기계구매에 대한 여력도 매우 약하다. 지역별 환경에 맞는 밭농업기계를 개발하기도 어렵지만, 생산업체의 입장에서는 판매가 불확실한 기계개발은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꺼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대기업에서는 벼농사 위주의 트랙터나 이앙기, 콤바인 개발과 보급에 집중해 왔고, 대기업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밭농업기계를 생산하는 업체의 대부분은 영세하다. 밭농업을 작업별로 보면 경운·정지, 방제작업의 기계화율은 거의 100%에 육박할 정도로 높지만, 파종·정식, 수확작업 등의 기계화율은 아직 기계개발이 미치지 못한 것이 많아 매우 낮다.

특히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부족한 농업노동력을 대체해 오던 해외노동자의 유입이 제한됨에 따라 지속성까지 위협받으며 농업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밭농업기계의 개발과 보급은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드론 방제기

쉽지 않은 길,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응용

기존에 없는 새로운 기계의 개발, 특히 정형화되지 않은 작물을 대상으로 하고 토양과 기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밭농업기계의 개발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후순위로 밀어 둘 수도 없는 밭농업기계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의 분석과 접근, 첨단 기술의 도입과 응용, 관련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과의 협업 등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마늘, 감자, 콩, 잡곡, 무, 참깨 등 주요 밭작물을 대상으로 전과정 기계화 연구를 추진해왔다. 작목별로 필요한 기계를 개발하거나 선정하여 노동력을 28~95%까지 절감할 수 있는 생산과정의 작업체계를 확립해 왔다. 최근에는 단순한 노동력 절감이 아니라 센싱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확보하여 작물과 토양 및 시비관리 등 정밀농업의 수단인 밭농업기계도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감자 수확 시 체인 컨베이어로 이송되는 감자의 무게, 크기, 형상, 수량 등을 영상으로 판별하여 위치데이터와 매칭시켜 추후 변량시비 등 농작업 관리에 이용하고자 시도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봇기술, 정보통신기술 등은 그동안 밭농업기계의 기술적인 한계라고 생각했던 장벽을 뛰어 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드론은 2023년이면 세계시장 규모가 1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분야에서 현재는 농약 방제작업에 대부분이 이용되고 있지만 그 외에도 활용가능성이 매우 높다. 파종과 시비, 병해충 검사, 생육정보 계측, 작황조사 등에서 말벌집 탐색과 제거까지 드론에 다양한 센서나 작업기를 장착하여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농작업을 할 수 있는 장치의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드론은 농작업의 계획수립에도 활용하는 등, 노지농업에서 디지털정보를 얻는데 기반이 되는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농업용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도 매우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20년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과수원에서 이용 가능한 지능형 무인 방제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미리 입력된 과수원 내의 정해진 경로를 자율주행과 동시에 나무의 유무와 크기, 모양 등을 인식하여 선택적으로 약제를 살포함으로서 관행 방제기에 비해 20∼30%까지 농약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토마토 수확량 예측로봇은 온실 내에서 자율주행하면서 토마토를 인식하고, 익은 정도도 측정한다. 외부 광원의 불규칙한 환경에도 영향을 적게 받으며 토마토끼리 붙어 있거나 잎이나 줄기, 토마토 뒤에 숨겨져 있어서 조금만 보이는 경우에도 개체를 분리하여 인식할 수도 있다. 이 로봇을 통해 며칠 후의 출하량을 미리 추정할 수 있어 경영계획의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는 시설 내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조만간 과수원 등에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농업에서의 로봇기술은 아직 도입기이다. 산업로봇의 수요가 많아 농업과의 협업이 힘든 시점에서 다양한 과실의 수확로봇이나 운반로봇 개발 등 자동화와 무인화를 통한 노동력 절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로봇을 전담하여 연구할 수 있는 전문가의 양성도 필요하다.

전통적이고 경험적인 지식이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농업을 통해 노동력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 즉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데이터 분석기술을 통하여 보다 지능화된 기계를 개발하고 운용해야 한다. 여기에 지능적인 의사결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작물의 생체정보와 기상정보를 분석하여 작물의 수분 함량과 수분스트레스를 진단한 후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학습하여 날씨변화에 관계없이 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자동관개시스템을 개발하였다. 또한 인공지능과 웹 UI를 기반으로 토마토와 딸기의 병해진단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영상기반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토마토는 궤양병, 흰가루병 등 병해 5종, 딸기는 세균모무늬병, 탄저병 등 병해 6종을 판별할 수 있다. 판별 정확도는 토마토 94%, 딸기 93%로서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평균인식률인 약 97%까지 고도화한다면 농가현장에도 널리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능형 무인 방제로봇

발등에 떨어진 불, 밭농업기계화와 디지털농업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의 평가는 밭농업기계의 개발보급과 기계화율은 매우 부족하고, 코로나 시대에 농업노동력의 부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면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밭농업기계의 개발은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를 가진 국가연구기관 혼자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에 산업체와 대학 등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접근하기 쉽고, 인기가 많은 타 분야에 밀려 밭농업기계를 가르치거나 연구하는 인적자원이 예전보다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여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밭농업기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규모화된 예산확보를 통해 많은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확보된 인적자원을 통해 우수한 성과물들을 만들어 내는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방법이다.

미래의 밭농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이 집약된 자율주행 기반의 다양한 작업로봇과 위치와 토양, 시비, 관수, 방제, 수확량, 품질 등의 정보가 서로 연결되어 활용되는 농업,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농업, 궁극적으로는 디지털농업이 보편화 될 것이다. 한편으로 작은 면적에 맞는 소형 밭농업기계에 대한 관심과 개발도 무시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인적 한계에 부딪힌 우리에게는 여전한 딜레마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보다 세밀한 분석과 접근, 선택과 집중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수원 스마트 관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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