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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해외시장 개척사례(주)대원GSI의 CIS 지역 진출사례
르포】 해외시장 개척사례
- ()대원GSICIS 지역 진출사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시장 개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치밀한 전략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사례들이 전해지고 있어 해외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대원GSI는 올해 러시아 아무르최대 콩 재배단지에 한국 곡물가공설비를 설치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것도 수출시장 개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러시아라는 점에 있어서 이번 수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원은 이번 수주를 발판삼아 러시아 전역으로의 수출규모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시장개척의 전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 실무책임을 총괄했던 장우석 팀장의 발자취를 따라 르포형식으로 러시아 시장개척 전모를 살펴봤다.

(주)대원GSI의 세계시장 수출지역

 

좌충우돌 실패가 주는 교훈···아픈만큼 성숙히
사선 넘나든 아무르시장개척···또다른 희망
 
마피아 보스와의 독대, 그리고 깨달음···구체적 액션플랜의 중요성
()대원GSI의 경쟁력·CIS지역의 선택과 집중···잘 하는 걸 하자!
 
세계 일류 곡물도정선별기 기업으로 발돋음 하고 있는 경북 칠곡의 (주)대원GSI(대표 서보성) 전경

악몽같은 첫 해외출장

내 이름은 장우석. 한 번 물면 하이에나처럼 놓지 않는 것이 특기다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배에 힘을 줬지만 칼날 같은 러시아의 겨울새벽 바람은 어설픈 신입사원 장우석의 어깨를 사시나무처럼 떨게 만들었다.

장우석에게는 이번이 첫 해외출장이다. 보무도 당당하게 러시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며 세상이 내 것인 양 자신감에 넘쳐있었지만 첫 일정부터 무참하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장우석의 출장 목적지는 모스크바에서 기차로 6시간은 가야 하는 남쪽지방의 곡물가공업체. 장우석이 회사로부터 지시받은 미션은 러시아의 한 곡물가공업체를 방문해 몇 년째 정리되지 않고 있는 납품대금에 대한 상환독촉을 하고 상담을 통해 언제까지 송금을 해줄 것인지 구체적인 날짜까지 확답을 받아오라는 비교적 수월한 출장임무를 띠고 왔다.

그러나 모스크바에서 출장 목적지까지 가야하는 기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면서 일이 꼬여버렸다. 러시아의 기차는 각 객차마다 차장이 타고 있어서 승차권 검사나 요금징수, 안전관리, 심지어 콜서비스도 기꺼이 해주는 것이 관행이다. 장우석은 장시간의 이동으로 피곤하기도 했지만 긴장한 몸이 따뜻한 기차안의 온기에 노곤해지자 차장을 불러 내려야하는 도착지를 설명하고 도착 전 깨워달라는 신신당부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를 지났는지 모를 만큼 달콤한 잠에 빠져있던 장우석은 누군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눈을 떴다. 엉겁결 짐을 챙겨 기차에서 내린 장우석은 개찰구를 빠져나오면서 아뿔싸! 영혼이 유채이탈 하는 기분이 어떤 느낌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차장은 도착지 두 정거장 전에 미리 준비하라고 깨워주고 지나간 것인데 순간 착각해서 서둘러 내리고 만 것이다.

암담한 상황에 놓인 장우석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살을 에는 추운 새벽의 낯선 시골 정류장에서 어렵게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출장 목적지에 도착해 한참을 기다린 끝에야 해당 곡물가공업체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얼굴에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거구 체격의 거래처 사장은 대원GSI의 미수채권에 대해 전혀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해당 곡물가공업체는 매년 대표가 바뀌는 임기제로 채권채무 내용이 제대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던 탓이다.

위압적인 거래처 사장의 태도에 오히려 주눅이 들던 장우석은 이대로 돌아가면 회사에 뭐라고 해명해야 하나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해지며 낭패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래, 모든 싸움에서는 선빵(?)이 중요해!’

장우석은 혹시라도 상대에게 얕잡아 보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세를 고쳐 잡고 어눌하지만 상기된 어조로 협박성 선제공격을 날렸다.

그것은 귀하 회사의 잘못이다. 그동안의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이어왔는데 이렇게 나오면 곤란하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 귀하 회사의 평판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으니 언제까지 상환해 줄 수 있는지 서면으로 못을 박아 달라두서없이 쏟아 내서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뭐 대충 그런 내용을 어설프게 이야기 했던 것 같다.

한참을 듣고 있던 거래처 사장은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팔짱을 끼고 침묵에 잠겼다. 장우석은 순간 일이 잘못되면 어쩌나 마른침을 삼키며 그들이 내어놓은 스비친이라는 전통차를 한 모금 마시려다가 손끝이 떨리고 있는 것을 느끼고는 이내 손을 오므렸다.

거래처 사장은 잠시 후 팔짱을 풀고 빙긋이 웃더니 옆에 서 있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비서에게 몇 마디 건네고는 알았으니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마트료시카라는 러시아인형까지 선물로 챙겨줬다.

미팅을 마치고 사장실을 나서는 장우석을 배웅하던 비서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장우석의 귀에 대고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고 뜻 모를 인사를 건넸다. 나중에 그 거래처 담당자와 더 친해지면서 그 뜻을 알게 된 일이지만 그 곡물가공업체의 사장은 그 지역의 마피아 보스로 지역 관리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동양에서 온 까만 눈의 젖비린내 나는 녀석이 겁도 없이 마피아 보스에게 목소리 높이며 큰소리를 쳤으니 얼마나 가소로웠겠는가. 지금 생각해도 간담이 서늘해지곤 한다.

그렇게 장우석의 좌충우돌 첫 출장은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장우석은 그때의 첫 해외 단독출장 경험을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그리고 해외출장 시 얼마나 많은 사전준비와 상황별 시나리오에 대비한 구체적 액션플랜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깨닫게 됐다.

입사 그리고 기초교육의 중요성

장우석이 ()대원GSI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대구의 평범한 지방대학 노어노문학과를 전공한 장우석은 당시로는 인기가 없는 전공 탓인지 수십 차례의 취업도전에 실패하고 집에서 빈둥빈둥 눈칫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봄 햇살이 따스한 어느 날 오후, 거실 소파에 누워 만화책을 뒤적이던 장우석은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신문의 직원모집 광고를 보게 됐다. 영남일보인지 매일신문인지 지금으로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신문 후면에 전면광고로 실려 있던 공고내용은 대원GSI가 사업 확장에 따라 전사적으로 직원을 대규모 충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세를 바로잡고 공고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니 해외영업 인력도 뽑는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전공우대 조항에 영어, 일어, 중국어는 보였지만 러시아어는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어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거의 없던 시절이니 낙담까지 할 일은 아니었다.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연도별 회사실적들을 살펴보니 1990년도 후반기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로 간접수출을 했다는 글귀 정도는 찾을 수 있었다.

장우석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혹시나 하고 입사지원을 하게 됐다. 그리고 기적처럼 채용이 되어 생애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 6개월간은 생산공장에서 제품설계부터 생산공정의 모든 과정을 배우고, 3개월간은 A/S사업부에서 직접 부품수리와 현장서비스 업무를 진행했다. 그리고 3개월간 국내 영업팀에 들어가 마케팅과 현장 수주에 참여하는 심화과정을 거쳐 입사 1년 만에 해외영업팀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

해외영업팀에서도 이렇다 할 업무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던 장우석은 러시아 첫 해외출장 이후 달라진 사람이 되었다. 철저한 현지조사와 거래처 성향분석은 물론 거래처 백그라운드, 우호적인 현지 파트너 찾기 등 자신만의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능력을 인정받아 마흔도 안 된 나이에 남들보다 빨리 팀장 진급까지 하게 됐다.

그때를 돌아보며 장우석 팀장은 현장에 직접 부딪치고 깨달으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가는 부분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입사원 초기에 받는 설계, 생산, A/S, 부품수리, 마케팅 등의 기초교육이 바탕이 되어야만 현지에 나가서도 실무자와 협상력을 높이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아 아모르 지역의 대두 생산공장의 대원GSI 플랜트(2020년 10월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모습)
 
중국이 장악한 러시아 동부지역···철저한 현지화·공조체제로 극복
코로나19의 사지(死地)에서의 고군분투···운명은 노력한 자의 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대원GSI

()대원GSI1970년 설립된 현대식 도정설비와 고품위 건조저장 시설·기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국내 농산물 후()처리 가공기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1990년 국내 최초로 청결미를 찧을 수 있는 도정기계를 개발한 대원GSI는 전량 해외 수입에만 의존하던 색채선별기를 국내 최초로 만들어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색채선별기는 쌀, , , 옥수수 등 곡물에 들어있는 이물질이나 불량품을 광센서를 통해 걸러내고 양질의 곡물만을 선별해 내는 자동화기계를 말한다. 대원GSI2009년 이후 매년 세계 30여 개국에 3000만 달러 넘게 수출하고 있으며, 색채선별기 국내 시장점유율은 농협 판매기준 60% 이상, 곡물가공설비 플랜트는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색채선별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 업체들과 함께 세계 5대 브랜드의 하나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당시 유럽과 일본의 색채선별기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글로벌 시장에서 대원GSI는 독자적인 기술개발 및 체계적인 A/S 대응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원GSI20여 건에 이르는 국제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쌀 같은 미곡을 비롯해 두류, 커피, 씨앗, 견과류 등의 곡물류는 물론 녹차, 홍차, 담뱃잎, 소금 등의 선별에도 색채선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내화벽돌·대리석 분말, 각종 수지재료의 정밀 선별에도 폭넓게 활용되며 산업기기 분야에까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대원GSICIS지역* 진출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CIS지역은 전 세계 토지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면적이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경지면적과 곡물생산을 하고 있는 곡창지대이기 때문에 곡물도정 설비의 세계시장을 겨냥한다면 CIS지역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만큼 큰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전 세계의 수확후처리, 가공, 포장 등 자동화 라인을 제작하는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수 백여 기업들이 러시아에 진출해 있다. 그래서 대원GSI는 범위를 좁혀 쌀을 생산하는 모스크바 남쪽 흑해지역부터 공략을 시작했다. 한국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이니 러시아 진출을 꼭 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진입장벽이 높은 새로운 작물에 도전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 있고, 잘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실패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목표를 정했으니 다음은 러시아 파트너를 찾는 일이었다. 대원GSI와 같은 중소기업이 러시아에 상주하면서 넓은 지역을 매일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영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여러 전시회를 전전하며 견실한 러시아 파트너 찾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의 연속이었다. 범위를 좁혀 곡물가공에 전문적 관심을 갖고 있는 관계자들이 주로 참석하는 곡물가공 세미나를 찾아내 홍보부스를 차리고 방문하는 관계자를 상대로 상담을 벌인 끝에 적임자를 찾아 16년째 비즈니스를 이어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원GSI는 현지 사무소 마련과 A/S 지원체계에 공을 들였다. 대원GSI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이지만 현지 대응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인들은 문화 특성상 전화보다는 직접 얼굴을 대하고 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A/S나 부품 수요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세계 어느 곳이든 48시간 내에 A/S 신속대응팀이 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마련을 위해 2006년부터 모스크바에 사무소를 개소하고, 지리적으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병행 관리할 수 있도록 2015년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도 사무소를 개소해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대원GSI는 지난 16년 동안 CIS지역에 73개의 도정가공 설비를 공급해 현지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 쌀 생산시장의 대원GSI 시장점유율은 80% 이상이다. 또한 잡곡 주 생산지역인 알타이의 연간 10만톤 이상을 생산하는 2대 메이저 공장의 경우에는 모두 대원GSI의 설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서 출하되는 메밀과 귀리의 경우에는 러시아 품평회에서 매년 1등을 차지하고 있다.

대원GSI의 곡물도정 설비는 오세아니아 대륙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모든 대륙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해외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은 CIS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장우석 팀장이 16년간 CIS지역을 개척하며 이루어 낸 업적이기도 하다.

*CIS(독립국가연합): 1991년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탄 등 11개 독립주권국가로 구성된 연합체로 우크라이나는 2018년 탈퇴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믿음

장우석 팀장에게는 아쉬움이 하나 있었다. 쌀 주요 생산지역인 흑해 연안을 비롯해 CIS 서부지역으로는 수없이 많은 거래처를 개척했지만 콩 최대 생산지역인 러시아 동부지역은 뚫어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중국과 인접하다보니 중국 저가품 공세에 밀려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또한 동부지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콩은 중국이 수입해가고 있어서 러시아 상인들조차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남한의 전체 쌀 재배면적 보다 넓은 87의 콩을 생산하고 있는 아무르에서 최대 콩 재배기업이 콩 선별 품질을 높여 일본과 한국 등으로 수출하기 위해 대두 정선라인 시스템 전체를 교체할 계획이라는 소식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까다로운 품질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정선·선별·이송기계 등을 설비해야 하지만 수출단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설비 투자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가더라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초, 정보를 입수한 장 팀장은 긴급히 CEO에게 긴급회의를 요청하고 경영진들과 함께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올해 1월까지 플랜트를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지만 세계 최대의 콩 생산단지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메이저 기업과의 납품결과는 같은 지역 콩 재배단지로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성사시켜 보자는 의기투합이었다.

KOTRA, 국내 콩수입기업, 대원GSI 등은 공조체제를 이뤄 입체적으로 러시아 발주처와 협상에 나서고, 장 팀장은 러시아 파트너, 기존 납품처 등을 끌어들여 대원GSI 제품의 만족도와 사후관리 우수성 등을 실무자 접촉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5월 계약 성사를 이뤄냈다. 러시아 주력 콩 생산단지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암초에 부딪치게 됐다. 몇 달 후면 극복될 것이라고 다들 믿었던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국경이 닫혀버리고 만 것이다. 계약이행이 지연되면 엄청난 손실보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며 설계도면·시방서·기반조성·자재검수 등의 까다로운 일들을 풀어보려고 시도했지만 더디게 진행될 뿐이었다. 하늘길만 막힌 것이 아니라 물류정체가 일어나며 선적지연·운송차질 등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기저기 터지고 있었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던 장 팀장은 지난해 10월 유일하게 모스크바 항로가 열리자마자 결단을 내렸다. 코로나19 감염위험이 높지만 미래 러시아 시장 개척을 위해 지금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기계와 전기 숙련직원 2명을 데리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폐쇄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까지 2시간이면 될 거리를 모스크바를 경유해 다시 동부 아무르주까지 20시간을 경유해 가야하는 고난의 길이었다.

이미 상당 시간 지체된 공기를 맞추기 위해 두 달간은 밤낮 없는 공사에 매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현장여건은 너무 좋지 않았다. 러시아는 매일 확진자가 수 만 명씩 나오고 누적 확진자만해도 600만 명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공사 현장의 러시아 현지 직원들은 코로나를 감기 정도로만 생각하고 아무도 마스크를 쓰려고 하지 않았다. 인부들 중에도 하나둘 확진자가 발생해 쓰러지면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신규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인해전술이 강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11월 말경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장 팀장을 포함한 한국 직원 두 명의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지고 있었다. 혹시 코로나일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지만 코로나 검사를 받아 확진으로 판명되면 현장투입은 물론 국적기조차 탈 수 없었기 때문에 해열제와 감기약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중요 공정이 마무리 되어가던 시점에 장 팀장과 동료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갔다. 호흡이 힘들어 현지 병원에서 폐 CT검사를 받아보니 폐렴과 폐섬유증 진단이 나오게 되어 더 이상 현지 체류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귀국을 결정했다. 고객사에 양해를 구하고 KOTRA 무역관의 도움을 받아 모스크바를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한국에 입국해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니 모두가 확진판정으로 나와 치료에 들어가고, 최종 공정 마무리 및 시운전을 위한 2차 파견팀이 출국을 하면서 마침내 올해 1월말 대두 정선시스템 납품 및 시운전을 끝낼 수 있었다.

장 팀장은 그때를 돌아보며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한 짓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후회는 안 한다. 러시아의 대두 생산단지는 미래 우리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약속의 땅인데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를 결코 놓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납품계약을 발판으로 본격적인 러시아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라며 확신에 찬 미소를 보였다.

덧붙여 장 팀장은 해외시장 개척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많은데 현지화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무엇보다 그들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현지 언어를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통역을 동반해도 70% 이상의 소통은 불가능하다. 또한 현지 파트너와 서로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정해 역할분담을 나누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끝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공공기관의 지원제도를 십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자신만의 기준들을 제시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 우리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도전에 나서고 있는 무수한 중소기업들이 있다. 그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의 국력이 유지되고 발전될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러시아 아모르 지역 고객사와 미팅 중인 장우석 팀장(왼쪽부터 알렉세이 대표, 장우석 팀장, 알렉산드르 부장, 드미트리 공장장)

 

김은지 기자  stylett77@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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