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농업의 국면전환을 위해서는 농업개혁의 지속적인 진전과 대외경제적 환경개선이 필요하며, 우리로서는 북한으로부터 지원과 협력요청에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농업이 큰 전환점을 맞은 시기는 1995~1997년 연이어 발생한 자연재해로 북한 역사상 최대 경제위기로 기록된 ‘고난의 행군’ 시기이다. 위기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은 고수해 오던 전통적 농업생산체계를 수정해 생산자 인센티브를 강화한 개혁조치를 마련하고 일부 시장경제적 요소를 수용해 농산물 증산에 나섰다. 1996년 25명 내외로 구성된 분조규모를 15명 내외로 축소하는 분조관리제 개편과 국가계획 이상으로 생산한 농산물은 시장가격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 협동농장 경영관리 분권화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는 이뤘지만 가시적인 성과유발에는 한계가 있었다.

김정일 시대의 북한농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전체 국토면적의 15~17%만 농작물 경작이 적합해 농경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 △자연재해가 빈발해 농업생산기반이 크게 훼손됐으나 예방대책이나 복구대책이 매우 부실한 점, △농기계·부품부족으로 기계화 수준이 매우 낮고 수확후 손실도 매우 큰 상황, △생산수단의 공동소유를 고수하면서 농산물 분배의 인센티브가 부족하고 생산의욕을 높이기 어려운 체제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정은 출범초기(2012~2015)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으로 명명한 경제개혁을 통해 경제주체인 협동농장에 계획권, 조직권, 재정운영권, 판매권 등을 부여한 ‘농장관리책임제’와 가족중심의 영농활동을 보장한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해 현물분배와 현금분배를 결합해 생산자의 경제적 이득을 강화했다.

이후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2016~2020) 전략을 발표하고, 식량 자급자족 실현을 위해 과학영농, 종자생산, 유기농법, 순환생산체계, 가축사료해결, 사양관리과학과, 과일생산증대, 버섯공장 등을 위해 기계화 비율을 60~70%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00년대 400만톤 초반에 머물던 식량 생산규모는 김정은 정권 출범후 400만톤 후반대로 상승하는 뚜렷한 증산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식생활 측면에서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식품제조·가공산업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2017년부터 핵미사일 고도화 추진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중국으로부터의 농기계류 수입이 급감하며 다시금 침체기로 들어서게 됐다. 이에 더해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중국과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히고 수해까지 발생해 식량작물 생산량은 김정은 시대 최저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난국을 타계하기 위해 북한로동당은 2021년1월5일부터 12일까지 제8차 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국면전환을 모색하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년간의 경제적 성과가 미미했다고 평가하고 주체적 역량을 강화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현재의 어려운 대내외 환경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적극적인 위기극복이 아닌 내부 쇄신과 자립토대 구축 등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전략발표로 귀결될 수 있다. 즉 새로운 농정목표로 식량의 자급자족 실현을 위해 앞으로 2~3년간 ‘국가의무수매계획’을 2019년 수준(464만톤)으로 동결하고, 포전담당책임제를 기초로 자체적 생산계획을 수립해 정책목표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전략적 과업으로 제시한 △과학농사 △종자혁명 △저수확지에서의 증산 △새땅찾기와 간척지개간 △농산·축산·과수발전 △농촌경리의 수리화, 기계화 등은 종전부터 강조해 왔던 내용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또한 과업 세부내용 제시에 있어서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한 점으로 미뤄 어려운 현실여건을 감안할 때 과업달성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번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농정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며, 북한농업의 국면전환을 위해서는 농업개혁의 지속적인 진전과 대외경제적 환경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현재의 코로나19 상황과 한반도 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북한과의 농업협력에 있어 필요한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으며, 남북 농업협력이 다시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을 때 서로에게 유익하고 지속가능한 협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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