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류인플루엔자)가 국내 양계농가를 강타했다. 닭값은 폭락하고 계란값은 폭등했다. 정부는 계란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AI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방역은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인체감염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3000만 마리 이상 가금류가 살처분됐을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본지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원 연속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AI 사태를 감안해 새해 첫 번째 순서이자 아홉 번째 순서로 더불어민주당 AI대책특별위원회 간사인 김현권 의원(비례대표)을 만나 현 상황을 진단했다.

■김영춘 의원(위원장, 부산진구갑)
■김태흠 의원(간사, 충남 보령·서천)
■이개호 의원(간사,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황주홍 의원(간사,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권석창 의원(위원, 충북 제천·단양)
■김성찬 의원(위원, 경남 창원 진해)
■안상수 의원(위원, 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
■이군현 의원(위원, 경남 통영·고성)
■이만희 의원(위원, 경북 영천·청도)
■이양수 의원(위원, 강원 속초·고성·양양)
■이완영 의원(위원, 경북 고령·성주·칠곡)
■홍문표 의원(위원, 충남 홍성·예산)
■김철민 의원(위원, 경기 안산 상록구을)
■김한정 의원(위원, 경기 남양주시을)
●김현권 의원(위원, 비례대표)
■박완주 의원(위원, 충남 천안시을)
■위성곤 의원(위원, 제주 서귀포)
■김종회 의원(위원, 전북 김제·부안)
■정인화 의원(위원, 전남 광양·곡성·구례)

  <김현권 의원 약력>
￭ 소속정당: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 당선 : 초선(20대)
￭ (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 (현) 더불어민주당 AI대책특별위원회 간사
￭ (전) 의성한우협회 회장
￭ (전)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
￭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김현권 농식품위 위원

“계란값 폭등에 계란·알낳는 닭 수입 추진…철회해야”
“AI 피해 60% 산란닭 농가집중…경영난 도태 가속화 우려”

△발생 48일 만에 무려 3000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AI가 국가적 재앙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I 심각정도를 어떻게 보고받고 있나
-매몰된 3000만 마리는 지난해 말 기준 육계 9000만 마리 산란계 7000만 마리, 오리 900만 마리 등을 합친 1억7000만 마리의 18%에 달한다. 우리나라 닭과 오리 10마리 중 2마리 정도 죽은 셈이다. 사실상 방역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방역은 흔히 국방이라고 한다. 가축 전염병을 잘못 다스리면 그만큼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현재 상황은 가히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더 이상 방역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금부터는 인체감염 사례가 1건도 나타나는 일이 없도록 정부 당국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최악의 AI사태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들여 수천만 마리의 닭을 몰살시킨데 이어 어린이, 노약자 등이 AI 인체감염으로 숨진다면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 생각한다.  

△홍콩이나 중국에서 이미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는데 우리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H5N6형 조류독감은 2014~2016년 사이 중국에서 17명이 감염돼 그 중 10명이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모든 종류의 조류독감을 대상으로 하면 전세계 인체감염자는 총 1722명, 사망자는 785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H5N8형은 전세계적으로 인체감염 사례가 없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조류독감이 사람에 감염된 사례가 없지만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서 조류독감 인체감염 사례가 적잖은 만큼 정부 당국은 무조건 가만히 있으라는 식으로 말할게 아니라 인체감염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방역당국 일각에서는 AI가 이미 통제수준을 벗어났다고 한다는데, 국가가 질병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봐야 하나
-실제로 정부 관계자들조차 방역은 이미 끝났다는 말에 동의할 정도다. 정부당국으로부터 도무지 대책이 없다는 얘기도 새어 나오고 있다. 국가가 질병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국난에 버금가는 재앙이 도래한 셈이다. 이제 정부는 백신접종과 같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예산낭비 정책보다는 농가 살처분보상비 지급예산 확보, 그리고 인체감염 방지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고 본다.

△유기축산물 인증농장과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그나마 안전지대라고 봤는데 여기까지도 AI가 덮친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 최악의 AI'로 불린 2014년에도 동물복지농장은 안전지대였다는데 이번에 왜 뚫렸다고 보나
-2014년엔 예방차원에서 동물복지 축산농장의 닭을 살처분해서 농가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 때는 동물복지 농장에서 자라던 닭들은 일반 닭보다 면역력이 강해서 감염되진 않았는데, 이번엔 동물복지농장, 동물원 조류까지도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만큼 이번 AI가 세다는 얘기다. 동물복지농장은 울타리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마리당 축사면적이 넓어서 사육 여건이 일반농장에 비해 훨씬 우수해서 가축들의 면역력이 강하다. 이런 동물복지농장 닭까지 숨진 것으로 볼 때에 올해 들이닥친 H5N6바이러스가 기존 조류독감 바이러스보다 더 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AI발생 13년만에 항원뱅크를 만들겠다고 나섰는데, 'H5N6형' AI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확보는 불가능한가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맹위를 떨치면서 일각에서 백신접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향후 H5N6형이 재발할 때를 대비해 즉각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항원뱅크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개발 시기와 방역의 실효성 등을 고려할 때 올 겨울엔 백신 사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도 한발 늦게 대책을 내놨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H5N6형뿐만 아니라 H5N8형 감염사례까지 추가로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H5N8형 바이러스가 발생한 거점부터 3km 이내의 오리농가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는데, 이게 정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모조리 살처분했다는 지적이 있다.
-살처분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체만 가려내서 살처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동제한조치와 함께 살처분은 AI를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이다. 살처분은 많은 생명을 죽이는 극단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초기에 아주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시행해서 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조치여야 한다. 일본에서 보듯이 초동대처에 군대가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완벽한 이동제한과 과감하고 빠른 살처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오늘날 이런 재난을 맞고 있는 것이다. 살처분이 전국적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이렇게 많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것은 그만큼 대응이 조직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살처분 조치는 이렇게 광범위하고 많이 이뤄져선 안되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AI사태 대응을 보면서 진정성도, 전문성도, 그리고 치밀함과 절박함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엇박자를 내기 일쑤였고 소통부재로 인해 정부는 여러 가지 매뉴얼을 준비하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지역에서 이를 지키고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조류독감에 농가수 97% 감소…닭생산 5000만 마리 증가”
“육계농가 90%가량 위탁사육…보상금 중 20%만 받아”

△초중고 아이들이 지난 2주새 무려 4배나 독감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혹시 인체와도 연관이 있나
-어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11~17일 독감 의심환자가 전체환자 1000명당 61.4명을 기록해 3주 전보다 8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초·중·고등학생(7~18살) 환자들이 많다. 이 연령대 전체 환자 1000명당 의심환자 수는 152.2명으로 3주전보다 3.8배 증가했다. 현재 유행중인 바이러스는 A(H3N2)형으로 지금 창궐하고 있는 조류독감(H5N6)과는 다른 것이다. 또한 독감 증상 시작 48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하게 감시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괴담을 만들어 근거없는 공포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

△AI 발생 때문에 계란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산란용 닭과 계란 수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7일 농식품부가 국회 업무현안 보고 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닭고기 기피현상으로 닭값은 떨어지고 계란은 공급난으로 값이 뛸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농식품부는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 강화와 냉동비축 확대를 도모해서 닭고기 수급을 안정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앞으로 알을 낳을 수 있는 산란 닭들이 충분히 많이 자라고 있어 닭고기와 계란 값의 급등락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당시 우려했던 일들은 지금 그대로 현실이 됐다. 지금 닭값은 AI발병 전보다 최저 26% 낮은 1kg당 1300원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계란값은 20%이상 치솟아 30알 기준 75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대형마트는 소비자 1인당 30알 1세트로 구매한도를 정할 정도로 극심한 공급난을 겪고 있다. 이렇다 보니 농식품부는 항공운반비까지 지원해서 계란을 수입하고 알낳는 닭까지 수입하겠다는 망측한 답변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 계란을 수입한 사례가 있었나
-껍질이 붙어 있는 계란보다 껍질을 벗겨낸 액란상태나 계란 노른자위, 또는 1차 가공을 거친 계란 등이 제과·제빵용, 가공식품 원료용으로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정부의 계란수입정책이 가공용 계란시장을 외국산에 내주는 계기가 돼서 산란계 농장에 큰 타격을 주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올 들어 이탈리아, 중국, 미국 등지에서 ‘새의 알(껍질이 붙지 않은 것)과 알의 노른자위(신선한 것, 건조한 것, 물에 삶았거나 찐 것, 성형한 것, 냉동한 것이나 그 밖의 보존처리를 한 것으로 한정하며, 설탕이나 그 밖의 감미료를 첨가한 것인지에 상관없음. HS상품분류번호 048190000)’가 320톤, 95만3000달러 어치가 수입됐다. 이 품목의 경우 수입단가가 대란 30알 기준 5350원 정도로 국산 계란과 비교해서 타산성이 있다. 그래서 이번 AI파동이 국내 가공용 계란시장을 크게 위축시키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AI에 확진판정을 받아서 산란 닭을 살처분한 농장중에는 제과·제빵용으로 계란을 납품해 온 곳도 적잖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엔 조류독감 발병보고가 1월부터 11월까지 계속됐는데, 그해 6월부터 9월까지 계란 (HS상품분류번호 0407210000)이 4694kg, 10만4000달러어치가 미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관세청 무역통계자료에 나온다. 이 계란이 단순한 식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입단가가 대란 30알 기준 4만원에 달해 국산 계란값보다 예닐곱 배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율 27%를 면제해 준다고 해도 30알에 3만2000원 정도다. 정부에선 항공운송비 지원까지 얘기하고 있다. 이것을 기준으로 본다면 계란 수입의 타산성이 맞지 않아 들여올 만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닭은 소와 달리 금새 다시 기를 수 있다. 생산기반 복원이 그만큼 용이하다. 이럼에도 과연 계란 수입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내 양계업계는 붕괴하고 계란까지 수입해 먹는 그런 나라가 된 건대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부다. 그런데 별다른 손실없이 보상금과 구조조정의 이익을 챙겨가는 계열화 기업들의 행태 역시 문제다. 닭, 오리 등 가금류 산업은 공급과잉과 그 해소가 2~3년 주기로 반복됐다. 묘하게도 조류독감 발생주기와 일치했다. 과거 조류독감 발생시기를 보면 2003년12월~2004년3월, 2006년11월~2007년3월, 2008년4월~5월, 2010년12월~2011년5월, 2014년1월~11월 등에 모두 2~3년 주기로 발생했다. 그때마다 수백만 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됐다. 조류독감 발병에 따른 살처분이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과잉생산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오늘날 농가수는 2003년에 비해 14만가구, 97%가량 줄었다. 반면 닭 생산은 5000만마리 늘었다. 이는 조류독감이 소규모 양계농가들을 도태시키고, 닭 산업을 점점 독점화·대규모화시켰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해서 현재 육계농가들의 90%가량이 계열기업의 닭을 위탁사육하고 사육비를 받는 처지가 됐다. 심지어 계열기업들은 살처분보상금마저 챙겼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12월16일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살처분보상금은 닭 소유주인 하림, 동우와 같은 계열기업들에게 주어지고, 계열기업들은 다시 받은 보상금 중 20% 정도를 농가에 떼주고 있다. 그렇다면 AI가 기승을 부려도 계열기업들은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공급과잉 해소, 구조조정 등으로 실속은 계열기업들에 챙기는 것이다. 현재 AI는 피해의 60%가 산란닭 농가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AI가 정부의 계란수입 지원 정책과 맞물려 산란농가들의 경영난과 도태를 가속화해서 하림과 같은 계열기업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림은 2013년부터 계란 계열화사업 진출을 꾀했는데 계란농가마저 집어 삼키려 한다는 대한양계협회의 거센 반발에 밀려 뜻을 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 하림은 지난해 말 계란산업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계란사업 확대에 탄력을 받게 됐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됐지만 하림과 같이 이미 계란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림은 오히려 신규 경쟁자들의 진입을 차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정부·지자체는 최근 살처분 보상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농가에게 일정 비용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AI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닭고기 계란사업을 추진하는 대기업이고 그렇게 될 것이다. 이제 이들 기업이 고통과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그리고 정부는 이미 실패한 방역에 얽매이기보다 도태 위기에 몰린 우리 닭, 오리 농가들을 보살펴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계란 수입지원 정책은 이래서 문제가 있다.  

△2000만 마리나 되는 닭과 오리 등을 살처분하는 사태가 됐는데도 재발농가에 대한 삼진아웃제도 제대로 시행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데
-지금 닭과 오리를 기르는 농가들이 큰 시름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얼마 전 농식품부 고위관계자가 삼진아웃을 운운하며 농가들의 아픈 가슴에 대못을 박다시피했다. 삼진아웃보다 반복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농가들을 이주시키는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이 상황에서 농가가 마치 책임이 있는 것 인양 삼진아웃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민을 긍휼히 여기는 정부, 농민을 아끼는 그런 마음을 지닌 공복이 그립다.

△초기에 방역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에 이렇게 피해가 막심해졌다는 얘기가 있다.
-정부는 철새를 내세워 방역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철새는 우리나라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이웃 일본에도 같은 H5N6형 조류독감이 발병했다. 그런데 초동대처가 너무나 달랐다. 일본도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로 비상이다. 하지만 그 피해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살처분 2000만 마리, 일본은 80만 마리로 그 차이가 크다. 당국의 초동 대처와 대응이 달랐다. 지난해 11월21일 AI 바이러스의 검출을 확인한 일본은 곧바로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방역작업을 시작했다. 우리 정부가 주의에서 경계로 위기단계를 한단계 끌어올린 것은 지난해 11월23일, 이는 충남 천안에서 야생조류 분변이 채취된지 26일, AI확진 판정이 난지 13일만이다. 발병 초기부터 큰 차이가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12월16일에서야 일본이 AI확진과 함께 곧 바로 단행한 수준의 심각단계로 조정했다. 일본 니가타 현에서 확진 판정이 내려진 시각은 밤 9시, 2시간 만에 총리 관저에 대책실이 꾸려졌고, 새벽 4시 37분 자위대는 살처분 작업에 동원됐다. 특히 아베 총리는 TV에까지 등장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만전을 기해 달라"고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확진 뒤 닷새가 지나서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현재까지의 AI사태를 진단한다면
-이번 AI사태를 맞으면서 중앙과 지방정부는 엇박자를 냈고 매뉴얼을 있으되 그것을 지키고 실천하는 일은 매우 더디고 힘겨웠다. 야생조류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시도 야생동물구조센터로 향하지만 정작 야생동물 구조센터와 환경부, 농식품부와 업무 연계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AI감염 수리부엉이가 원주시에서 발견된지 20일이 지나서야 AI확진 판정이 나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전국 시도 야생구조센터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그리고 농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간의 AI업무연계 체계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런 상태에서 무려 2000만 마리의 가축이 희생됐다. 국가의 콘트롤타워를 바로 세우고 국가를 정상화하는 작업에 나서야 할 때다. 이번 AI사태는 정부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AI는 이미 통제 불능상태에 빠졌다. 방역은 끝났다. 우리는 앞으로 몇 개월간 지속될 AI광풍의 상처를 수습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가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항공운송비까지 지원하면서 계란을 수입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바뀌어야 한다. 값싼 식품가공 원료용 계란 수입 지원정책은 적잖은 농가들의 도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축소유주는 계열기업이니 만큼 AI사태를 맞아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과 농가들이 올해 AI사태의 교훈을 잊지말고 철저한 방역태세를 위한 준비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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