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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가조사, 가격거품 잡는 정책보완 필요

내년 1월1일부터 모든 정부융자지원대상 신규모델에 적용하기로 했던 원가조사보고서 제출의무 방침이 한참 축소돼 시행되게 됐다. 그나마도 올해 7월1일부터 가격 변동폭이 큰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로타베이터, 로우더 등 5개 기종에 대해서 우선 시행했던 원가조사보고서 첨부방침도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3개 기종으로 축소돼 시행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백지화나 다름없다.

축소시행의 배경으로는 제도도입의 취지와는 달리 이를 이행하고 있는 업체수가 극히 적고, 내년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갈 경우 제도수행이 어려운 대다수 영세업체들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됨에 따라 확대시행을 오히려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선회를 한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지난 7월부터 제도시행을 했지만 지난달까지 농기계조합에 원가조사보고서가 첨부된 신규모델 신청건수는 1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심지어 정부가 지정한 3곳 원가작성기관의 신청의뢰 포함 문의건수를 다 합쳐도 30~40건에 불과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가조사보고서 작성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만 해도 대상제품 사양서 및 도면, 최근 회계연도 결산자료, 퇴직급여충당금 조정명세서, 회사 조직도, 생산실적 및 판매실적, 원가계산서 등으로 방대해서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엄두도 내기 힘든 자료들이다. 농업기계연감에 등록된 540여개의 농기계회사 중에 30명 미만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회사가 85.7%를 차지하고 있고, 10명 이하의 업체도 54%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원가조사보고서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처음부터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책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서 원가조사보고서라는 정책을 꺼내 든 취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농기계 유통시장이 신뢰성을 잃었고, 농협의 최저가 입찰은 물론 할인경쟁과 보조사업 부정수급 등의 모든 문제가 농기계 가격거품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할인율을 높이기 위한 가격거품은 정당한 시장경쟁을 해치고 품질저하로 이어져 우리 농기계산업의 자생력마저 잃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결국 농기계 이중가격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그 어떤 정책도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에 원가를 들여다보기 위한 원가조사보고서라는 고육지책(?)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정책은 실효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효성이 없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가격거품을 잡을 수 있는 정책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원가조사보고서가 우리 농기계산업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우리 산업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은 점점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가격거품을 잡지 않고서는 농기계와 관련한 그 어떠한 당면현안도 해결되기 어렵다. 원가조사보고서의 여러 불합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정책목표의 지향점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 필요하다면 원가조사보고서 제도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서라도 공멸의 지름길인 가격거품을 제대로 바로잡는 정책보완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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