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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약탈’을 방치하지 말라
선태규 취재부장

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가 개막한 가운데 ‘농기계 베끼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식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박람회가 지적재산권을 노리는 ‘이리’들의 ‘사냥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박람회는 ‘첨단ICT와 농업의 만남’을 표방하고 있어 많은 연구개발 성과가 제품을 통해 참관객의 눈을 즐겁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수록 더욱 불청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과거 전시회에 참가했던 업체 사장은 “누가 베껴갈까봐 새롭게 개발한 제품이 있지만 전시회에 갖고 나가지 않았다”고 했고, 다른 업체 사장은 “신제품을 전시하면 신분을 가장해 사진을 세세하게 찍어가고 이후 유사제품이 나와 피해를 여러번 겪었다”고 했다.

박람회는 사실 특허 침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곳에 불과하다. 문제는 농축산기계 시장 전체에 만연돼 있는 ‘특허약탈’ 풍조다. 작고 침체된 이 시장에서 제품 잘 만들어 보겠다고 없는 돈 끌어모아 몇 년간 연구개발에 매달렸는데 그 성과물을 순식간에 날리면 그동안 쏟았던 시간과 땀과 투자비용 등은 누가 보상하는가.

한 부속작업기 업체 사장은 “친했던 지인이 내 제품을 베껴 판매해 문제 삼았더니 알아서 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소송을 했더니 같은 가격대의 변호사만 사면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무마되더라”면서 “이렇게 특허권이 보호 못받는 줄은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연구개발에 매진한 덕분에(?) 개발비용에 소송비용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의 제품들은 농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으나 그는 ‘연구개발’을 계속할지 망설이며 좌절하고 있었다.

물론 시각을 달리하는 이도 있다. 소형농기계를 만드는 한 업체 사장은 “시장이 크려면 베끼기도 용납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장에는 유사제품들이 경쟁하면서 손해를 볼 수도 있으나 최초 개발한 업체의 기술력을 넘어설 수 없게 돼 그 업체로 수익이 환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농축산기계 시장은 사실 우수한 해외농기계의 ‘베끼기’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베끼기’를 통해 잠깐의 이익을 챙기고 버리는 얄팍함에 있다. 그 때문에 ‘모방’을 통해 ‘창조’를 하려는 선의의 업체가 피해를 입는 것이다.

특허침해에 대한 법적처벌 강화 등의 조치를 통해 업계에 만연된 ‘약탈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땀 흘린만큼 댓가를 얻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연구개발에서 비롯된 첨단박람회의 ‘향연’은 그래야만 펼쳐질 수 있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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