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용 교수 주장, 북한 기술개발능력 상당수준…DB구축부터 서둘러야

80마력 트랙터(천리마804), 첨단트랙터 손색없어
남북경협추진 통합기구 필요·테스트베드 구축부터

북한이 2016년 개발한 80마력 트랙터(천리마804)의 2017년 12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의 진출식 모습. 외형·성능 모두 우수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천리마804 개발의 성공으로 부착작업기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북한은 2016년 농장간 컴퓨터망과 포전기상관측망 구축을 완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원 안의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랙터 시운전을 하며 독려하고 있는 모습)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 농기계산업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하루빨리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달 19일 본지와 (사)한국농업기계학회 공동주최로 농기계조합에서 개최된 ‘남북 농기계교류협력 추진방안’정책좌담회에서 이중용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고, 교류협력의 원칙이 제시되기 전이라도 우선 북한농업과 농업기계화 구조에 대한 연구를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북한은 이미 부분적 사유재산을 허용하고 자본주의적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상당한 수준의 농기계 기술개발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양산체제에 들어간 80마력 트랙터(천리마804)를 증거로 제시했다.<사진>

이 교수는 이와 함께 10년전의 북한 농기계산업과 지금은 큰 차이가 있어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뢰할 수 있는 DB구축과 남북 농업교류협력의 추진체계 구성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남한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 농업기계화에 관한 정보는 1980년대에 확보됐던 북한정보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2002년부터 2008년 사이의 대북교류 당시의 일방적 지원과 관련한 단편적 지식만 축적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정책좌담회에 나선 패널들은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권태진 GS&J 동북아연구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 내에는 1000여개의 자본주의식 시장이 존재한다”며 “경협을 시작하면 북한경제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이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패널로 나선 강대식 (주)그린맥스 대표는 “농기계교류협력을 정책적으로 일원화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통합기구가 필요하다”며 북한시장 개척을 위한 거점확보를 위해 경협에 앞서 테스트베드 구축을 주문했다.

최규홍 전주대 교수는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북한농업기술와 농업기계화에 대한 DB구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정책개발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하고, “농기계교류협력은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치밀하게 계획수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대상인지부터 개념정의가 필요하다”며 “북한농업에 대한 연구체계를 확립시켜 중장기적 큰 그림과 세부이행계획을 수립하는 종합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 농업협력을 위한 플렛폼 관점에서 테스트베드와 공동연구를 대폭 확대할 것과 미래 농업협력과 북한농업을 발전시킬 인력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 이어 열린 종합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신길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방청객 질의응답을 통해 “농기계조합 산하에 산·학·관·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팀 성격의 ‘(가칭)북방교류협력위원회’를 발족하고,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을 위한 연구용역, 교류협력 창구일원화, 종합계획 마련을 위한 로드맵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책좌담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80여명의 산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우리 농기계업체들의 대북진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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