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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여두 동양물산 부회장(現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대북지원, 지속가능한 경협모델로 발전시켜야”

<특별인터뷰>

윤여두 동양물산기업(주) 부회장(現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대북지원, 지속가능한 경협모델로 발전시켜야”

지난 실패사례 反面敎師‧‧‧지원보다 비즈니스에 방점

대북투자 정치안정기반 위에 추진해야 성공확률 높아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북지원은 무엇보다 농업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정적인 식량생산기반이 필요한 북한실정에 비추어 북한의 농업기계화를 위한 농기계지원이 가장 실효적인 협력사업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미 2001년부터 민간단체를 통한 대북 농기계지원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민간단체 상임대표로 50여차례 이상 북한을 오가며 대북 농기계지원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윤여두 동양물산기업(주) 부회장을 만나 대북 농기계지원사업 추진성과와 문제점, 향후 개선해야할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남북협력 재개소식에 감회가 새로울 것으로 생각된다.

2008년 이후 10년 넘게 대북지원이 중단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의 전격적인 남북 정상회담 소식에 적잖이 놀랐다. ‘4.27 판문점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민간교류와 협력사업을 원만히 보장하고, 민족경제 균형발전을 위해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들이 담겨 있어 매우 고무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북 협력사업은 상당부분 정치적인 논리와 주변국가와의 역학적인 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대북 협력사업은 남북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국과 북한의 갈등구도가 해소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한의 정치상황과 비대칭전력을 감안한다면 대북 협력사업을 지속적인 사업으로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가능성만 있다면 대북 협력사업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그만큼 대북 협력사업은 잃는 것에 비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정량화할 수 없는 유무형의 가치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설사 대북 협력사업이 당장 추진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비즈니스를 대하는 자세다.

 

| 민간단체 상임대표로 대북 지원사업을 오랫동안 추진해왔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북한은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로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다.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당시 민간차원의 대북 지원사업은 북측의 ‘민족화해협희회(북측 민화협)’에서 인정하고 있는 남측의 민간단체를 통해서만 지원할 수 있었다. 대북 민간단체로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월드비젼‧어깨동무‧새마을운동중앙회 등 10여개의 단체가 주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다.

1998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공동대표로 참여해 수차례 북한을 오가며 북한실태를 파악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찾다가 식량증산을 위한 농기계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남한은 농업기계화를 통해 1㏊의 논에서 5톤의 쌀을 생산하는데 비해 북한의 생산량은 2톤에 불과했다. 또한 남한은 콤바인으로 하루에 4500평의 쌀를 수확하는데 비해 북한은 같은 면적을 수확하려면 25명의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그나마도 25%는 보관이동이 어려워 썩거나 자연손실이 생기기 일쑤였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트랙터를 제외한 경운기‧이앙기‧콤바인 등 농기계를 매년 지원했다. 트랙터는 전쟁에 활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로 분류되어 지원대상에 포함될 수 없었다. 2005년까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단체를 통해 북한에 공급된 농기계‧비료‧농약 등 지원액만 해도 100억원이 넘는다. 또한 북한에 공급된 농기계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평양시 사동구역, 평안남도 대동군, 황해남도 신천군 등에 농기계수리공장 건립을 지원하고 건설자재, 설비, 수리부품 등을 공급했다. 이와 함께 단순 농기계지원만으로는 북한의 안정적인 식량생산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북한의 자체적인 농업기계화 추진을 위해 농기계 생산공장 건립이 추진됐다.

사실 북한은 우리보다 먼저 1954년부터 농기계를 생산해 보급했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본제품을 모방해 트랙터를 생산했던 우리와 달리 자체기술로 ‘천리마28호’라는 28마력 트랙터 등을 개발해 보급했지만 설비노후화와 타어어‧벨트‧엔진 등의 부품공급중단, 연료부족 등으로 오랫동안 생산이 중단된 상태였다.

2005년7월 평안남도 강서군의 ‘금성 뜨락또르 공장’에 동양물산이 200만달러를 투입해 1000평 규모로 연간 콤바인 3000대, 이앙기 1만대 생산능력의 농기계 생산공장을 건립하고 그해 9월14일에 준공식을 개최했다. 당시 ‘금성‧동양 농기계공장’에서 9월말까지 콤바인 50대를 조립생산하고, 2차로 다음해 2월까지 이앙기 1200대를 조립생산했다. 이후 농기계생산공장 연구용으로 70마력 트랙터와 10~12마력 경운기를 보내 자체생산을 위한 공동연구개발이 추진되던 중 2008년부터 대북지원정책이 중단되면서 10년째 교류협력이 끊긴 상태다.

 

| 그동안 추진됐던 남북 농기계 교류협력사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북 농기계지원과 현지공장 설립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초 계획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식량증산을 위한 농기계를 지원하면서 상호 우호관계를 마련하고,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결합한 남북 합작회사를 설립해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확보한 ‘민족적 농기계’를 생산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북한내 농업기계화를 촉진하고 철도교통이 발달한 평양인근을 거점으로 중국시장을 겨냥한 농기계 수출기지화를 추진하려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북 교류사업은 정치적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농기계 교류협력에 있어서 부품공급과 수리보수를 위한 인프라 구축, 연료공급, 기반정비, 기술교육 등 풀어야할 난제들이 적지 않았다. 굳이 실패의 원인을 찾자면 이러한 인프라 구축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와 함께 지자체와 민간단체별로 계획성 없이 단발성에 그치는 대북 농기계 지원사업으로 인해 혼란만 가중시킨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과의 농기계 교류협력은 이뤄내야 할 당면과제이고 우리산업의 미션이기도 하다. 북한의 농업기계화를 통한 안정적 식량생산기반 마련이 향후 우리가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거시적 목표를 차치하더라도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남한 농기계산업의 수요확대와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북한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기회이자 ‘황금의 땅’이다.

 

|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농기계 교류협력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농기계 교류협력은 무조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은 체제안정을 위해서라도 식량생산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지인을 통해 북한의 경제사정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북한의 경제를 살펴볼 수 있는 척도는 ‘장마당’에 나오는 제품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요즘 나오는 물건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동안 미사일 한발 만드는데 200억~300억원씩 들었다고 하니 결국 북한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것이다.

이번 판문점선언 전문을 살펴보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며,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여기서 2007년 평양에서 남북정상이 합의한 10.4선언의 농업분야 합의사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 사안으로 특구지정, 협력단지 개발이 제시됐는데 농업분야의 협력사업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평양에서 가까운 남포, 황해도 해주, 개성 등이 산업거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농업분야 추진사업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요청한 북한산림의 조림사업부터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한 북한은 무엇보다 농업생산성 확대가 가장 큰 당면과제다. 따라서 농업기계화를 위한 농기계 생산공장 건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한 농기계생산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럴 경우 남포, 해주, 개성 등이 농기계생산거점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 지역은 모두 철도가 깔려있는 곳으로 대 중국 농기계수출의 적지로 평가받는 곳이기도 하다.

 

| 향후 농기계교류사업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나.

과거 퍼주기식의 지원사업은 더 이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남북사업은 비즈니스 차원으로 접근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형제간에도 도와주는 것은 한번이지 늙어죽을 때까지 도와주는 경우는 없다. 형제간에도 비즈니스를 해야 오래 간다. 남과 북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특수성을 최대한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결국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값싼 인건비와 우수한 노동력을 잘 매칭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북한은 농업분야에 있어서 남한과의 협력사업을 농업지원사업과 농업개발사업으로 분류해 접근하고 있다. 즉 비즈니스가 되기 위해서는 농업개발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대북투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철저한 계산 위에 전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과거 실패사례가 답습되지 않도록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과 병행해서 추진하는 투트랙 방식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남한의 생산시설을 북쪽으로 이전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전력, 유류, 부품, 설비, 자재, 인력, 교육, 물류, 교통, 재무, 회계, 행정편의 등 갖춰야 할 인프라가 끝도 없다.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개성공단의 사업모델을 따라가는 ‘제2의 개성공단’ 사업으로 추진된다면 성공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치적 안정기반 위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동양물산 또한 이미 평양 인근에 남북 합작공장 교두보를 마련해 두고 있기 때문에 남북 농기계 교류협력사업이 재개된다면 대북진출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정상진  alnews@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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